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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문을 통해 본 명사들의 삶

묘비문을 통해 본 명사들의 삶 / 소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물아일체 2023. 6. 29. 04:09

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프라하에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묘와 묘비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고뇌는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었다"

 

프란츠 카프카(1883 - 1924년)의 묘비에 새겨진

문장이다.

그는 체코(당시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어로 작품을 쓴 소설가이다.

이 때문에 그를 어느 나라 소설가로 봐야 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카프카는 41세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20세기 인간 존재의 불안과 소외를

특유의 정서로 표현한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였다.

 

카프카의 이름에 빗댄 '카프카스럽다'라는 의미의

독일어 'Kafkaesk'는 '터무니없고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

 

 

카프카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당시로서는 불치병이었던

폐결핵 선고를 받았으며 신경쇠약과 우울증에도

시달렸다.

1923년 요양차 떠난 여행지에서 유대계 폴란드 여인

도라 디아만트를 만나고, 그녀의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았다.

 

그는 폐결핵이 후두에까지 전이되어 1924년 4월

베를린에 있는 요양소에 들어갔고, 두 달 뒤 41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 카프카의 소설 '변신' >

 

 

1915년에 발표된 카프카의 대표 단편소설 <변신>은

매우 기이하고 혼란스러우며 환상성으로 가득 찬

소설이다.

 

펄벅의 <대지> 또는 생떽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카프카의 <변신> 또한, 소설가의 이름을 말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표작으로,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변신>은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갑각류의 벌레로 변해 버린 '그레고르 잠자'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당황한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 벌레가 그레고르라고

짐작해 방안에 머물게 하고 먹을 것을 주는 등 보살핀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벌지 못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자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원망하게 된다.

그레고르는 몸이 변했지만, 가족들은 마음이 변한

것이다.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돌봐주지도, 먹을 것을 챙겨주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레고르는 결국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게 된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죽음을 슬퍼하기는 커녕 오히려

홀가분해하며, 그의 시체를 가정부에게 내다버리라

하고는 교외로 소풍을 가며 앞날의 밝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변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벌레로 변신했다는 설정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내가 원치 않았던 뜻밖의 상황 때문에 나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내가 왜 벌레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면

다시 본래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냉대와 멸시까지 받는다면

누구라도 생을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 <변신>은 어렸을 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정을 이루지도 못했던

카프카의 고독감과 소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가

1947년에 발표한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떠올리게

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인 주인공

윌리가 사회와 가정 모두에게서 버림받고, 보험금을

목적으로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