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1834 - 1917년)는 춤추는 발레리나와
목욕하는 여인을 즐겨 그린 프랑스 인상파 화가이다.
그는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 뛰어난 데생 화가였다.
드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외로움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드가는
40대까지는 돈 걱정 없이 여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1870년대 중반,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동생들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드가는 경제적 위기를
맞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 어느 때 보다 더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가 발레리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오늘날의 발레리나는 대단한 예술가로 인정받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발레리나는 쇼걸에
가까운 이미지였기에 발레리나에 대한 그림은
대중의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시켜 인기가 많았다.
드가는 여인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여성 혐오증이 있어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드가의 여성 혐오증은 유년시절 어머니와 삼촌간의
불륜에서 충격을 받은 때문이라고 한다.
< 발레 수업 >
발레 연습실의 모습이다.
가운데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은 무용 선생인
쥘 페로이며, 어린 발레리나들이 그의 평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언뜻 한 순간에 찍힌 스냅 사진처럼 자연스럽다.
대다수의 어린 학생들이 쉬는 시간인 듯 수다를 떨고
옷을 정리하는 등 소란한 느낌이며, 왼쪽에 노란 리본의
소녀가 등을 긁고 있는 모습은 사실적이고 재미있는
상황 묘사를 보여준다.
작품에 담긴 소녀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발레를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림 뒤쪽에 수업을 참관한 부모들의 모습이 보인다.
< 스타, 무대 위의 발레리나 >
1877년 제3회 인상파 전시회에 출품해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그림이다.
발레리나의 유려한 동선과 고혹적인 자태로 인해 드가의
작품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의 하나이다.
발레리나의 공연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구도로,
마치 특별석에서 공연의 한 장면을 관람하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반대편 무대 베일 뒤에 가려진 곳에 있는
검은 옷의 남자 때문에 이 그림은 당시 발레리나들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주인공인 발레리나를 후원하는 돈 많은 남자로
보인다.
< 목욕하는 여인 >
드가는 목욕하는 여인들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그 동작은 매우 다양하다.
목욕을 준비하거나, 목욕중인 여인도 있고, 목욕 후 몸을
말리는 여인도 있다.
드가는 이들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몸짓, 자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어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실감나게 그렸다.
드가의 목욕하는 여인 그림을 보는 평가는 극과 극이다.
여인들이 관찰자를 의식하지 않고 여성 중심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호의적 평가가 있는 반면, 혼자 있는 여성을
열쇠구멍을 통해 들여다 보는 듯한 관음증적 시각,
훔쳐보기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그림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 다림질하는 여인들 >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은 예쁘게 표현되는 것이 보통인데
<다림질하는 여인들>에서는 한 여인이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고 있다.
이를 보면 당시 프랑스 하층민 여인의 일상이 얼마나
고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은 19세기 말 노동계급 여성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벨레리 가족 >
드가가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고모부
젠나로 벨레리 남작의 집을 방문한 후 그린 작품이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남작은
화면 오른쪽 귀퉁이 의자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아내는 남편인 남작과 시선을 맞추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딸들과 아내를 화면 한쪽에 배치함으로써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가는 이들 부부의 갈등을 엇갈린 시선과 가족간의
거리를 강조함으로써 행복한 가족이 아님을 표현했다.
오늘날처럼 문명이 발달해서 그 당시에 벨레리 가족들이
이 그림을 볼 수 있었더라면 무척이나 실망하고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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