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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비너스와 마르스

물아일체 2023. 2. 9. 05:00

그리스 신화에서 ‘아레스’라고 불리던 전쟁의 신은

로마 신화에서는 ‘마르스’로 불렸으며,

그리스에서 '아프로디테'로 불렸던 사랑과 미의 여신은

로마에서는 '비너스(베누스)'로 불렸다.

 

비너스는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를 남편으로 둔 유부녀였지만,

여러 남신들과 불륜행각을 벌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르스와의 사랑이다.

 

비너스와 마르스는 둘 다 본능에 충실한 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마르스는 폭력 본능에 충실했으며, 비너스는

사랑 본능에 충실했다. 

 

로마인들은 마르스를 신화 속 로마의 창건자인

로물로스 형제의 아버지로 간주해 최고의 신

유피테르(주피터, 그리스 신화에서의 제우스)에

버금갈 만큼 높이 숭배했다.

 

'마르스'의 흔적은 오늘날까지도 남아있어 태양계의

행성 화성(火星)의 영어 이름은 '마르스'이며,

3월을 뜻하는 영어 단어 March도 'Mars'에서 유래했다.

뿐만 아니라 '마르스'에서 파생된 '마크', '마르크',

'마르코', '마리오' 등의 이름들이 널리 쓰이고 있다.

 

로마는 그리스 신화의 요소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모든 그리스 신들을 자신들의 문명적 특색에 맞게

각색했다.

 

이는 그리스의 도시 문명과 달리 로마제국은 활발한

대외 정복 활동을 통해 광대한 제국을 이룬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 >

 

 

초기 르네상스 때의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1485년에 그린 작품으로,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 거의 19금 수준이다.

이제 막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열정적인 사랑을 끝낸

전쟁의 신 마르스는 피로감과 만족감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로 곯아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격렬한 사랑이었던지, 마르스는 입마저 벌리고

곤하게 잠이 들어 있는데, 그새 옷을 다 챙겨 입은

비너스는 뭔가 아쉬운 표정으로 잠든 마르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단잠에 빠진 마르스와 그를 바라보는 비너스 주변에는

외설스런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아기 요정

사티로스들이 장난을 치고 있는데, 그 표정과 행동이

재미 있고 웃음을 자아낸다.

 

비너스의 심기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사티로스들은

마르스의 잠을 깨우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마르스의 귀에 대고 소라고둥을 불기도 하고,

마르스의 상징인 투구를 쓰고 장난을 치는가 하면,

또 다른 사티로스는 마르스의 팔꿈치 밑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곯아떨어진 마르스는 깨어날 기미가 없는데,

이처럼 사랑의 여신 앞에 완전히 무장 해제된 마르스의

모습은 '무력에 대한 사랑의 승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틴토레토의 비너스와 마르스 >

 

 

16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의 기초를 닦은 화가

틴토레토가 그린 '불카누스의 출현에 놀란 비너스와

마르스, Venus and Mars surprised by Vulcan'이다.

 

비너스와 마르스의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이지만,

보티첼리의 그림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

비너스의 남편인 불과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는

아내인 비너스가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불륜의 현장을 덮치기 위해

급하게 집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비너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스스럼없는

표정이고, 구부정한 모습의 불카누스는 의심의

눈초리로 마르스를 찾고 있다.

 

급히 탁자 아래 몸을 숨긴 마르스의 붉은 뺨은

비너스와의 뜨거웠던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다.

마르스는 간발의 차이로 불륜현장을 들키지는 않았지만,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그림 속의

개가 행여 짖기라도 하면 상황이 아주 곤란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함이 그림의 흥미를 더한다.

 

            < 미카 호소카와의 비너스와 마르스 >

 

 

고전 명화를 재미 있게 패러디하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 일본의 네오 팝아트 화가 미카 호소카와가

보티첼리의 그림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표현기법으로 

보티첼리의 원작에 현대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덧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