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미다스 왕의 손과 귀

물아일체 2023. 1. 9. 05:30

                             < 미다스의 손 >

 

프리기아 왕국의 탐욕스런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가 술에 취해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궁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이에 풍요와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는 감사의 뜻으로

미다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미다스 왕은 무엇이든 자기의 손이 닿는 것은

황금으로 변하도록 해 달라고 청했고,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미다스는 이 새로운 능력을 얻은 것을 크게 기뻐하며

궁으로 돌아왔다. 

참나무 가지를 꺾자 순간 그것이 황금 가지로 변한

것을 보고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돌을 주워 들자 그것도 금으로 변하였다.  

 

하지만 허기를 느낀 미다스가 하인에게 음식을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의 능력이 고통스러운 재앙임을

깨닫게 된다.  

빵을 집어 들든, 포도주를 마시든, 그의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자신의 손이 닿자 황금으로 변한 딸을 안고 망연자실해 하는 미다스 왕

 

절망에 빠진 미다스는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이 재앙으로부터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자비심 많은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팍타로스 강으로 가서 강물에 몸을 담그고.

네가 범한 과오와 그에 대한 죄를 씻으라.”고

말했다.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가 일러준 대로 했다. 

그러자 황금을 만드는 미다스의 능력은 사라졌고,

황금으로 변했던 것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미디스는 예전의 생활을 되찾게 되었다.

 

신화에서 미다스 왕은 손을 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오늘날 '미다스의 손' 또는 '마이더스의 손'은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둬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재주 또는 능력을 지칭하는 관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탐욕을 부리지 말라는 신화의 교훈과는 달리

부()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 미다스의 귀 >

 

황금 소동을 겪은 미다스 왕은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시골의 들판을 거닐며 소박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골생활을 하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전원과 목축의 신 '판(pan)'을 숭배하게 되었다.

 

어느 날 판은 자신의 피리 소리에 도취되어

무모하게도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도전했다. 

아폴론은 판의 도전에 응했고, 산신 트몰로스가 심판을

맡게 되었으며, 미다스 왕과 님프들은 이 연주 대결의

관람자가 되었다.

 

판이 먼저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그 자연스런 멜로디는 판 자신과 미다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리라의 현을 타자 그 소리에 황홀해진

심판인 트몰로스는 바로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했고, 

그 곳에 있던 관중들도 이 판정에 수긍하였다. 

 

그런데 미다스는 "판의 소박한 연주가 아폴론의

섬세하고 세련된 연주 보다 더 훌륭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아폴론과 판의 연주 대결에서 판의 편을 드는 미다스 왕

 

미다스의 말에 분노한 아폴론은 "네 귀가 잘 들리게

만들어주마." 하며 미다스의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의

귀처럼 만들어 버렸다.

 

귀가 당나귀 귀로 변한 미다스는 커다란 천으로 귀를

감싸고 다녔지만, 그의 머리를 잘라주는 이발사에게는

숨길 수가 없었다.

 

이발사는 왕의 귀에 관한 비밀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지만,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이발사는 초원으로 나가 땅에 구덩이를 판 뒤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이고는 다시

흙으로 덮었다. 

 

속이 후련해진 이발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를

떠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구덩이에서 갈대가

자라났고, 바람이 갈대를 스칠 때마다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나게 되어 사람들은

미다스의 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 다양한

버전으로 정착되었는데, 우리나라 통일신라 시대

경문왕의 당나귀 귀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경문왕은 왕이 된 뒤 갑자기

귀가 길어져 당나귀 귀처럼 되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왕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幞頭匠)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다가 죽을 때가

되어 대나무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 후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고, 결국 백성들이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미다스 왕과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어졌다는

이야기는 사람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말을 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