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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신화 속 사후세계와 스틱스 강

물아일체 2023. 2. 16. 04:00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죽으면 어둠의 세계,

즉 명계로 간다.

명계를 다스리는 신은 제우스의 형님인 하데스이며,

그의 부인은 풍요와 곡물의 신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이다.

 

버전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은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으로,

육신을 떠난 영혼은 제일 먼저 비통의 강 '아케론'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망자의 영혼은 자신의 죽음을 비통해 하며

저승의 뱃사공 '카론'의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된다.


이 때 뱃사공 카론은 망자에게 배삯을 요구한다.

서양에서 장례 때 망자의 입에 동전을 넣어주는 풍습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망자를 위해 지전(紙錢)을 불사르고,

우리나라에서도 저승사자에게 노잣돈을 주어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처럼 저승 길의 노잣돈 개념은 세계의

여러 문명권에서 공통으로 깃들어있는 장례 풍습이었다.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요하힘 파티니르가 그린

'스틱스 강을 건너는 카론이 있는 풍경')

 

망자가 건너는 두 번째 강은 시름의 강 '코키토스'이다.

망자의 영혼은 이곳에서 이승에 남은 가족에 대한

시름과 걱정을 씻어낸다.

 

세 번째 강은 불길의 강 '플레게톤'이다.

이 곳은 강이라기 보다는 뜨거운 불덩이가 흐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망자는 이 곳에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네 번째 강은 망각의 강 '레테'이다.

망자는 '레테'를 건너면서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 새로운 영혼으로 거듭나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

'배를 타고 스틱스강을 건너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다.)

 

네 개의 강을 모두 건넌 망자의 영혼은 하데스 입구에서

미노스 3형제에게 심판을 받게 되고, 죄의 경중에 따라

앞으로 머물게 될 영역을 지정 받는다.

 

이승에서 사는 동안 올바른 삶을 산 사람은 오른 쪽

'엘리시온'이라 불리는 곳으로 향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왼쪽의 '타르타로스'로 가야 한다.

 

'이상향' 또는 '최고의 행복'이라는 뜻의 '엘리시온'은

사후세계의 낙원으로, 서구의 문학과 예술, 영화에는

'엘리시온'을 나타내는 메타포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샹젤리제 거리'는 ‘엘리시온의

들판’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이

운영하는 '엘리시안 리조트'라는 이름 또한 여기서

착안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올바르지 못한 삶을 산 사람들은 '타르타로스'라고

불리는 지옥으로 가는데, 이들은 저승을 아홉 바퀴 도는

증오의 강 '스틱스 강'을 건너야 한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앙투앙 보렐 로가의 그림

'아킬레우스를 스틱스 강물에 담그는 테티스' )  

 

여러 그리스 신화에서 종종 거론되는 '스틱스 강'은

그 곳에 몸을 담그는 자에게 불멸의 힘을 부여한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훗날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 되는

자신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태어났을 때 스틱스 강물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잡고

강물에 담갔기 때문에 발귀꿈치에는 물이 묻지 않아

치명적인 급소가 되고 말았는데, 우리는 그 부분을

'아킬레스 건'이라고 부른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는 결국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쏜 화살을 발뒤꿈치 아킬레스 건에 맞아

죽는다.

 

'스틱스 강'은 다른 강과는 달리 신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스틱스 강'을 걸고 한 맹세는

어떤 신이라도 절대 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신들이 스틱스 강을 걸고 한 약속을 어기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엄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스틱스 강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고대 그리스에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과 이승에서 사는 동안

선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규범이 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