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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에로스의 탄생과 사랑의 의미

물아일체 2023. 3. 6. 05:00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Eros)는

로마에서는 쿠피도(Cupido)라고 불렸으며, 

영어에서는 큐피드(Cupid)로 표기되고 있다.

에로스는 신의 이름인 동시에 사랑 또는 욕정을

의미하는 일반 추상명사이기도 하다.

 

사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아가페(Agape)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 또는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을

의미하고, 필리아(Philia)는 친구 사이의 우정이나

형제와 같은 가족간의 우애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에로스는 남녀간의 사랑, 특히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데, 선정주의 또는 애욕주의를 일컫는

에로티시즘(Eroticism)이라는 영어 단어는 에로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흔히 에로스와 아가페는 반대개념으로

인식된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첫째는 태초의 신으로서의 에로스이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가 신들의 계보에

관해 쓴 <신통기>에서는 에로스를 최초의 신들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천지창조 과정을 보면, 태초에

카오스(Chaos)라는 공간의 신이 가장 먼저 생겨났고,

이어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생겨났으며, 지하공간인

타르타로스와 함께 에로스가 태어났다.

따라서 에로스는 우주만물의 근원이라 할 수 있으며,

우주생성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둘째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로서의 에로스이다.

헤시오도스 이후의 고대 신화 작가들은 에로스가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보았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는 활과 화살을 든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등에 날개도 달려 아기 천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에로스가 가진 화살통에는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황금 화살과 사랑을 거부하게 만드는 납 화살이 있다. 

 

오늘날 에로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대중매체에 흔하게 나오는 날개 달린 아기 천사가

하트모양의 화살을 쏴서 사랑을 일으키는 연출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셋째는 포로스와 페니아의 아들로서의 에로스이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에로스는 풍요와 방책의 신 포로스와, 가난과 궁핍의

여신 페니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신들의 축하

연회가 열렸는데, 이 연회에 참석한 풍요와 방책의 신

포로스는 술에 취해 잠깐 잠이 들었다.

 

이때 궁핍의 여신 페니아가 자신의 궁핍을 채우기 위해

잠든 포로스와 몰래 동침을 했고, 이들 사이에 아들

에로스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에로스는 어머니인 페니아로부터 궁핍을 물려받은 탓에

언제나 결핍을 느껴 괴로워하지만, 아버지 포로스로부터

방책을 물려받은 덕분에 언제나 자신의 결핍을 채울

방책을 부지런히 찾는다.

여기서의 에로스, 즉 사랑은 결핍을 채우는 욕망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핍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그 결핍을 채워 행복해지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 생산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이중적 성격을

지니는 것은 에로스가 풍요와 방책의 신 포로스와,

가난과 궁핍의 여신 페니아의 결합으로 태어난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거친 조폭이 사랑에 빠져

순한 양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에로스의 힘을 보여주는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신화 시대로부터 만물을 생성하고 움직이게 한 에로스는

이 세상과 공동체를 유지시켜 온 동력이다.

오늘날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에로스가 보다 많은 황금 화살을 열심히 날려서

그들로 하여금 열렬한 사랑에 빠질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