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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꾀 많은 날쌘돌이 헤르메스

물아일체 2023. 4. 10. 04:00

 

 제우스를 아버지로, 요정인 마이아를 어머니로 해서

태어난 헤르메스(Hermes)는 신들의 전령이며, 도둑과

상업의 신, 길과 여행자를 지키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수호신이다.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케리케이온이라는 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헤르메스의 마스코트인 케리케이온 지팡이는 머리부분에

날개가 달려 있고, 몸통에는 뱀 두 마리가 감겨 있다.

몸통의 뱀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심부름꾼을,

머리부분의 날개는 심부름꾼의 속도를 각각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전령의 신 헤르메스 >

 

헤르메스는 특유의 간계와 술책으로 올림포스의 제왕

제우스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해결사이자 전령으로,

그가 수행한 가장 뛰어난 업적은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일화이다.

 

제우스가 인간과 바람을 피워 태어난 헤라클레스가

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젖을 먹어야 했다.

문제는 헤라가 헤라클레스를 몹시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헤르메스는 기지를 발휘해 어린 헤라클레스의

얼굴을 가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길에서 주운

부모 잃은 아기에게 젖 한 모금 적선하라며 헤라에게

동정심을 유발했다.

 

헤르메스의 그럴듯한 연기에 헤라는 아기의 얼굴도

보지 않고 젖을 물렸다.

그러나 잠시 후 게걸스럽게 젖을 빨아대는 아기의

얼굴을 보는 순간 헤라는 깜짝 놀라 어린 헤라클레스를

가슴에서 확 밀쳐버렸다.

 

이때 공중으로 튀어 오른 헤라의 젖 방울들이 하늘의

은하수가 되었다.

은하수를 영어로 'Milky Way'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틴토레토가 그린

'은하수의 기원')

 

또한, 헤르메스는 제우스를 거역한 죄로 코카서스

산 정상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가 제우스와의 화해를 종용하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명계의 신 하데스가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지하세계로 납치했을 때 제우스를 대신하여

하데스를 설득해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다시 데려오기도

했고, 제우스가 꺼려하던 황금사과의 주인이 될 최고의

미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 곤란한 심판관 역할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16 -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의 그림 ' 파리스의 심판'.

파리스 옆에 헤르메스의 모습이 보인다.)

 

            < 도둑과 상인의 신 헤르메스 >.

 

(17세기 프랑스의 풍경화가 클로드 로랭의 그림

'아폴론의 소를 훔치는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도둑과 상인의 신으로, 감쪽같은 도둑질과

탁월한 거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태어나 걷기 시작하자마자 도둑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형이자 태양신인 아폴론의 소 떼를 훔쳐 불에

구워먹은 것이다.

 

아폴론은 자신의 소가 한꺼번에 사라진 사실을 알고

헤르메스를 의심했지만, 그가 범인임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헤르메스가 소의 발에 갈대를 묶어 뒤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헤르메스의 로마식 이름인 메르쿠리우스(Mercurius)는

‘장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메르카리(mercari)에서

유래했으며, '상인'을 뜻하는 영어 머천트(merchant)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옛사람들은 도둑과 상인은 간계와 술책으로 남의 것을

갈취한다는 점에서 같은 부류로 보았던 것 같다.

 

                    < 길과 여행자의 신 헤르메스 >

 

헤르메스는 ‘돌 더미에서 유래된 자’라는 뜻으로,

길가나 마을 어귀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와 연관이 있다.

어원에서도 나타나듯 헤르메스는 방랑자와 여행자의

동행자요 안내인이다.

 

그렇다고 그가 반갑고 고마운 동행자만은 아니다.

헤르메스는 죽은 사람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는

반갑지 않은 동행자인 저승사자이기도 했다.

 

                         < 헤르메스의 흔적들 >

 

헤르메스는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인기가 많은

신이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헤르메스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를 다스린

메디치 가문의 수호신이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는

통신과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종종 그 모습을 드러낸다.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모자는 한때 인터넷 포털 기업

네이버의 로고(logo)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헤르메스의 불어식 발음의 '에르메스'는 프랑스

명품 패션기업의 이름이 되었다.

상온에서 액체 상태의 금속인 수은은 영어로는 머큐리,

라틴어로는 메르쿠리우스인데, 이는 헤르메스의 로마식

이름이다.  

수은이 고체와 액체 사이에 존재하는 물질로, 지상과

지하세계를 오가는 헤르메스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행성 가운데 태양에 가장 가까운 수성은 헤르메스의

영어식 표기인 머큐리라고 불리는데, 이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늘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수성은

공전 주기가 짧아 빠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는 점에 착안해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