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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제우스의 부인 헤라

물아일체 2023. 4. 20. 04:00

 

많은 사람들이 제우스의 정실부인으로 알고 있는

헤라는 제우스의 첫 번째 부인이 아니라 일곱 번째

부인이었다.

 헤라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제우스의 누이였으나

제우스의 정실 부인이 됨으로써 하늘의 여왕이자

결혼과 가정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

 

헤라는 로마 신화에서는 유노(Juno, 주노)로 불렸다.

6월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June'은 원래 헤라의 로마식

이름인 'Jun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로 인해 6월의 신부는 6월의 수호신 유노,

즉 헤라의 가호를 받아 행복한 신부가 될 수 있다는

속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헤라(Hera)의 어원은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Heros’의

여성형으로, ‘여주인’, 혹은 ‘여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헤라는 왕관을 쓰고 왕홀을 든 당당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한 제왕의 품격을 위엄 있게 펼쳐 보이는 공작새가

헤라의 상징 새이다. 

 

 

헤라에 대한 제우스의 프로포즈도 재미 있고 독특했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어느 날 아름다운 헤라가 홀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헤라의 동정심을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제우스는 비를 내리게 한 뒤 뻐꾸기로 변신했는데,

헤라가 비에 젖은 뻐꾸기를 가엾게 여겨 가슴에 품자

제우스는 본색을 드러내 헤라를 덮쳤다.

 헤라는 완강하게 반항하다가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고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었으며 그의 부인이 되었다.

 

신화에서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 피운 상대 여신이나

여인은 물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괴롭히는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이런 신화들 때문에 헤라는 사람들에게 질투의 화신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헤라가 결혼과 가정의 신으로서 가정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제우스도 자신의 연인과 사생아를 헤라 몰래

보살펴 주는 경우는 있어도, 그들을 괴롭히는 헤라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남편의 외도를 견제하는 헤라의 투기는 엄격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철저히 종속된 삶을 살아가야 했던

당시 그리스 여인들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헤라의 투기는 제우스의 연인이나 그들이 낳은 자식들을

겨냥할 뿐, 바람난 제우스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는 남편인 제우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자칫 가정을

파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헤라가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으로 평가 받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헤라에게 부여된 '결혼과 가정의 신'이라는 위상 뒤에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헤라는 가부장제 세계에서 남편인 제우스보다 그 서열이

아래이기는 했지만, 올림포스 신으로서는 제우스에

버금가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때아닌 폭풍우는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했고, 한겨울 추위는 제우스를 향한

헤라의 차가운 분노로 여겼으며, 이들 부부가 화해할 때

비로소 얼음이 녹는 진정한 봄이 시작된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