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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하데스의 페르세포네 납치

물아일체 2022. 11. 11. 06:30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그림 '페르세포네'

 

올림포스 12신 가운데 곡물과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천하의 바람둥이인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가 누이 데메테르와 사랑을 나눠 낳은 딸이다.

 

데메테르는 딸인 페르세포네가 혹시나 잘못될까 염려해

그녀를 시칠리아 섬에서 지내도록 했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는 꽃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다. 그때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명계의 신 하데스가

그녀 앞에 예쁜 수선화 꽃을 피워 유인한 뒤 지하세계로

납치해갔다.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화화를 대표하는 루벤스의 그림 '페르세포네의 납치'

 

딸이 실종된 걸 알게 된 데메테르는 미친 듯이 딸을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곡물과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슬픔에 빠지게 되자

땅에서 자라던 곡물과 과일은 말라 죽고 땅은 황폐해져

인간은 신에게 제물을 받칠 수도 없게 되었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천재 조각가 베르니니의 걸작 '하데스의 페르세포네 납치'.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딸을 찾아 헤매던 데메테르는 태양 신 헬리오스로부터

페르세포네가 지하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었으며

그런 사실을 제우스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데메테르는 제우스를 찾아가 페로세포네를 돌려달라고

항의했고, 입장이 곤란해진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하데스에게 보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도록

명령했다.

드디어 데메테르는 지하세계의 하데스로부터 딸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를 떠나기 전에 하데스의

권유로 석류 몇 알을 먹고 말았다.

신들의 세계에는 지하의 음식을 먹은 자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규율이 있었기에, 데메테르는 딸이

늘 자신과 함께 지낼 수는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결국, 석류를 먹은 페르세포네는 한 해의 3분의 2는

지상에서 엄마인 데메테르와 같이 지내고,

나머지 3분의 1 동안은 지하세계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페르세포네가 지하에서 지내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데메테르가 슬픔에 잠겨 땅에는 곡식과 과일이 자라지

않는 겨울이 된다.  

그렇지만 3월이 되어 페르세포네가 데메테르 곁으로

돌아오면 데메테르는 기쁨을 되찾아 곡물과 풍요의

여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에 땅에는

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하게 자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화가 프레드릭 레이튼의 그림 '페르세포네의 귀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사이에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보인다.

            

              < 페르세포네 신화가 시사하는 점 >

 

하데스가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신화는 

엄마와 딸 사이의 분리와 재결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가 석류를 먹는다는 것은 그녀가

지하세계 명계의 신 하데스의 곁에 머문다는 것이고,

하데스와 함께 한다는 것은 엄마인 데미테르의 곁을

떠나 지하세계의 여왕이 된다는 의미이다.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어 온전한 한 여성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꽃을 꺾으며

엄마의 보호를 받는 어린 딸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페르세포네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엄마의 집착과 과보호가 딸의 심리적 성장을

가로막아 딸이 엄마의 과보호 속에서 의존적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신화는 페르세포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엄마와 딸

모두가 각자의 성장이나 관계의 성숙을 위해서는 

상실과 분리의 아픔을 기꺼이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