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 정상으로 무한 반복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 죄인의 상징
시시포스(Sisyphos)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코린토스의 시조였다.
그의 이름은 언어권에 따라 시시포스, 시지프,
시지프스, 시지푸스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표기하기도
한다.
시시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과 신의 입장에서
상이하다.
인간들은 시시포스가 영특하고, 적극적이며, 열정 가득한
반항아라는 시선을 갖고 있다.
반면에, 신들은 시시포스가 엿듣기를 좋아하고,
입이 싸고, 교활할 뿐만 아니라 신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한 인간이라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시시포스는 어느 날 태양신이자 예술과 의료의 신
아폴론이 키우는 소를 전령의 신이자 상업의 신인
헤르메스가 훔쳐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이를 아폴론에게
고자질했다.
또한, 시시포스는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가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을 납치해 바람을 피우려는 것을 보고는
아소포스에게 그 사실을 일러주었다.
이처럼 인간인 시시포스가 주제넘게 신들의 일에
끼어들자 제우스는 분노하여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시시포스에게 보내 그를 지하세계로 잡아가도록 했다.
그러나 시시포스는 자신을 데리러 온 타나토스를
되레 쇠사슬로 묶어버렸다.
이렇게 저승사자 타나토스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묶여있게 되자 인간 세상에는 아무도 죽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결국, 제우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보내 타나토스를
쇠사슬에서 풀어 주었고, 시시포스는 어쩔 수 없이
타나토스를 따라 지하세계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시시포스는 지하세계로 가기 전에 아내에게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시체를 묻지도 말라는
부탁을 해두었다.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명계의 신 하데스는 시시포스가
죽어서 지하세계로 내려왔는데도 지상에 있는 그의
아내가 장례를 치르지도 않고, 시체를 매장하지도 않자
시시포스로 하여금 스스로 장례를 치르고 오도록
잠시 지상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일단 집으로 돌아온 시시포스는 두 번째로
죽을 때까지 천수를 누리며 살다가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 의해 강제로 지하세계로 다시 돌려 보내졌다.
시시포스는 그 동안 신들을 속이고 농락한 죄로
지하세계에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힘겹게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리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시시포스가 그 돌을 다시 올려
놓으면 또 굴러 떨어져 영원히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 시시포스 신화가 시사하는 점 >
시시포스 신화는 다분히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쉼 없이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우리 인생에 빗대어 쓴 글이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이다.
카뮈는 사무실과 공장 등에서 별다른 보람도 느끼지
못한 채 거의 같은 일을 무한 반복적으로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은유로 시시포스의
형벌을 제시하고 있다.
카뮈는 또 다시 굴러 떨어질 게 뻔한 바위를 줄기차게
밀어 올려야 하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자유를
최대한 느끼며 사는 사람만이 삶을 견뎌낼 수 있다는
충고를 보내고 있다.
시시포스가 무한 반복의 형벌을 내린 신에게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형벌을 즐기는 것 뿐이다.
그것은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특권이다.
산 정상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바위를 또 다시
밀어 올리기 위해 산을 내려오는 그 순간이야말로
시시포스는 이미 승리자이며 자유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도 결코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삶은 과정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는, 있는 그대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특정한 목표나 의미나 구원에 속박되지 않는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시시포스 신화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
(Amor Fati), 그리고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과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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