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
이익이란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필히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이익을 좇으면 원망을 부르기 쉬우니
결국 의(義)를 따라야 한다."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통수는 대머리인 것이
바로 기회이나이다.
무슨 일이든 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인 기회는
자주 오지 않나이다...
기회는 찾아올 때 그 머리카락을 붙들고 놓지 말아야
하나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스쳐 지나간 기회는
그 뒤통수가 대머리여서 붙잡으려 해도 붙잡을
머리카락이 없는 법이나이다."
"사람들이 번쇠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네 가지
욕망 때문이다. 그 첫째는 수명, 둘째는 명예,
셋째는 지위, 넷째는 재물이다.
이 네 가지에 얽매인 사람은 귀신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두려워하게 되며, 위세를 두려워하고
형벌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런 사람을 두고 자연의 이치로부터 도망치려는
둔인(遁人)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여도 좋고 살려도 좋다, 목숨을 제재하는
것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순민(順民)이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순민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거늘 어찌 수(壽)를 부러워하겠는가,
귀함을 뽐내지 않거늘 어찌 명예를 부러워하겠는가,
권세를 추구하지 않거늘 어찌 지위를 부러워하겠는가,
부(富)를 탐내지 않거늘 어찌 재물을 부러워하겠는가."
"적당히 채워라. 어떤 그릇도 물을 채우려 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고 말 것이다...
금은보화를 지나치게 가진 자는 남의 시기를
사게 되며, 또한 부귀해져서 지나치게 교만해지면
상황이 어지러워져서 결국 이 모두를 탕진하게
되는 것이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에 나오는 문장이다.
'상도'는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이라는 실존인물의
일생을 각색해 다룬 소설로,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을
2000년에 처음 책으로 출판하였다.
가난한 상인의 아들 임상옥이 석숭 스님으로부터
세 가지 물건, 즉 '죽음(死)', '솥(鼎)' 글자가 쓰인 종이와
'계영배'라는 술잔을 받아, 난관을 만날 때마다 그에 담긴
뜻을 하나씩 깨달으면서 상업의 도를 터득하고,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재물을 움켜지고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 재물에
의해 비극을 맞게 되며,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그 재물에 의해 파멸을 맞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살아가면서 명예, 권력, 재물도 중요하지만 사람 간의
신의를 지키며 인간답게 사는 것은 단지 상인만의
길이 아니라 인간 누구나 걸어야 할 길이라고
할 것이다.
逐鹿者不見山 (축록자불견산)
攫金者不見人 (확금자불견인)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움켜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의리와 염치를 모른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남송의 선승 허당의 법어를 기록한 허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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