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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조조와 유비의 '종호귀산(縱虎歸山)'

물아일체 2023. 6. 26. 04:00

 

유비는 여포의 배신으로 근거지인 서주를 빼앗긴 뒤

허창의 조조를 찾아가 의탁하고자 했다.

그러자 조조의 책사 가운데 한 사람인 정욱이 말했다.
"
유비는 큰 뜻을 지닌 영웅의 기개가 있습니다.

지금 그를 죽이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화근이

될 것입니다."

 

반면, 조조의 또 다른 책사인 곽가는 정욱의 말에

반대하며 말했다.

"의탁해온 힘없는 유비를 명분도 없이 죽인다면

승상의 명예가 손상되고,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어

훗날 대업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될 것입니다."

 

두 책사의 상반된 진언에 조조는 곽가의 의견을 따라

유비를 기꺼이 맞이하여 환대했다.

 


이듬해, 원술이 옥새를 가지고
기주의 원소를 찾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을 권하려 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유비는 이 기회에 조조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하고

조조에게 말했다.

 

“원술이 원소를 찾아가려면 반드시 서주를 지나갈

것입니다. 제가 부대를 이끌고 나아가 그들을 쳐서

원술을 사로잡아 오겠습니다.”

 

이에 조조는 유비에게 군사 5만 명을 주면서 휘하의

장수 주령과 노소를 딸려 보내 유비를 감시하게 했다.

유비가 허창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지에 나가

있던 책사 정욱이 돌아와 조조에게 말했다.

“예전에 유비를 없애라고 말씀 드렸는데, 승상께서는

듣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에게 병마를 주는 것은 용을 바다에 풀어 놓고,

호랑이를 풀어 놓아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나중에 가서 다스리려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정욱의 말에 조조는 "아차!" 싶어 유비에게 급히 전령을

보내 회군을 명하였지만, 유비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소설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이 일화 가운데 조조의 책사 정욱의 말에서 유래한 

'종호귀산(縱虎歸山)' 고사성어는 '호랑이를 풀어 놓아

산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으로, 뒷날의 화근을 남겨

두는 행위를 비유하는 말이다.

 

유비는 정욱의 예측대로 조조가 지원해 준 군사력을

기반으로 다시 기사회생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조조가 주었던 군사력이 유비에게는 천하삼분지계를

이룩하는 기반이 된 반면, 조조에게는 후환을 남긴

'종호귀산'이 되고만 것이다.

 

항우와 윱방의 운명을 바꾼 홍문의 연회

 

'종호귀산'의 예는 진나라 멸망 후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다투던 초한전쟁에서도 볼 수 있다.

 

홍문의 연회에서 항우가 유방을 이 참에 죽여야 한다는

책사 범증의 말을 따르지 않고 살려준 것은 결국

'종호귀산'이 되어 훗날 유방에게 천하를 빼앗기고

서른 한 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 빌미가

되었다.

그러나 유방의 경우는 항우와 달랐다.

<초한지>에는 '종호귀산'과 비슷한 의미의 '양호유환

(養虎遺患)'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이는 '호랑이를 길러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뜻으로, 일찍 제거해야 할 인물을

그대로 두어 두고두고 불안의 씨를 남기는 것을 말한다.

 

초한전쟁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던 항우와 유방은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기로 합의하고 싸움을

멈췄다.

항우는 포로로 잡고 있던 유방의 아버지와 아내를

풀어주고 초나라의 도읍인 팽성을 향해 철군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방도 철군하려 했지만 책사인 장량과 진평이

유방에게 진언했다.

"초나라 군사들은 지쳐 있는데다가 군량마저 바닥이

났습니다. 지금 치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 '양호유환’의 꼴이 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승부수를 띄웠고,

항우를 추격해 해하에서 초나라 군사를 격파하고

항우를 자결토록 함으로써 진나라 멸망 이후 한동안

무주공산이었던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권력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정적 제거는

'종호귀산' 또는 '양호유환'의 걱정거리를 미리 없애려는

행동이라고 하겠다

 

5년 만에 보수 진영에 정권을 내어주고 졸지에 야당이 된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것이 결국 '종호귀산' 또는

'양호유환'이 되었다고 크게 후회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