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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삼국지 황개의 '고육지책(苦肉之策)'

물아일체 2023. 5. 15. 03:00

고육지책(苦肉之策)은 병법 36계 가운데 서른네 번째

계책인 고육계(苦肉計)와 같은 말이다.

고육지책 또는 고육계는 내 몸을 상하게 하여 거짓으로

적을 속이는 계책으로,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내가 받을 고통의 크기를 먼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적을 속이기 위해 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꾸며내는 고육지책에 자원하는 사람은 투철한 충성심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한나라 때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 자객열전'에

나오는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의 자객 요리(要離)

고육지책은 유명하다.

 

사촌인 오왕 요()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합려는

요의 아들인 경기(慶忌)가 후환이 될까 걱정이 컸다.

이때 합려의 신하 오자서가 요리라는 자객을

추천했는데, 요리는 경기에게 의심을 받지 않고

접근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은밀히 제안했다.

 

무술 연습 중 합려를 고의로 다치게 한 죄를 가장해

합려는 요리의 오른 손을 절단하고 처자식까지 공개

처형하면서 그러한 사실이 널리 소문나도록 했다.

 

요리는 감옥에서 도망쳐 나와 위나라에 망명해 있는

경기에게 접근했다.

경기는 요리가 자신의 진영으로 오게 된 전후 사정을

탐문해 본 결과 오왕 합려에 대한 그의 원한이 클

것이라 여겨 자신의 측근 호위무사로 기용했다.

 

그러나 호위무사가 된 요리는 경기가 방심한 틈을 타

그를 죽이고 자신의 임무를 완성했다.

잔인하고 희생은 컸지만 성공적으로 고육계를 성사시킨

대표적 사례이다.

 

 

요리의 경우 보다 널리 알려진 고육지책으로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오나라 장수 황개의

경우이다.

 

후한 말, 중원 일대를 장악한 조조가 남쪽으로 눈을

돌려 형주를 공격하자, 형주 자사 유종은 조조에게

항복해 버렸다.

 

순조롭게 형주를 접수한 조조는 내친김에 오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적벽으로 대군을 이끌고 내려왔고,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적벽에서 조조와의 일전을

앞두게 되었다.

 

이때 노장 황개는 대도독 주유의 부장으로 참전했는데,

황개는 주유에게 조조를 속이고 화공을 성공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을 은밀히 자청했다.

 

참모회의에서 황개는 조조에게 항복할 것을 주장했고

화가 난 주유는 황개에게 곤장 50대를 치라고 명령했다.

곤장을 맞은 황개는 피투성이 되었는데, 이는 주유와

황개가 조조를 속이기 위해 꾸민 계책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황개는 자신의 부하를 통해 조조에게

투항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조조는 황개의 고육지책에

속아 그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황개는 조조에게 투항하기로 약속한 날 새벽에

마른 풀과 기름을 잔뜩 실은 배 수십 척을 거느리고

조조의 군영에 접근해 불을 질렀다.

 

마침 바람이 사납게 불어 조조의 전함들은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고, 이때를 이용해 주유가 이끄는 주력군과

유비의 군대가 힘을 합쳐 공격하자 조조군은 대패하여

북쪽으로 퇴각하게 되니 이것이 관도대전, 이릉대전과

함께 삼국지 3대 대전으로 불리는 적벽대전이다.

 

 

황개는 조조의 진영에 불을 지른 뒤 조조군이 쏜

화살을 맞고 물에 빠져 죽을 뻔했으나, 오나라 장수

한당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황개와 주유의 고육지책 계략 덕분에 손권·유비

연합군은 큰 승리를 거두었고, 황개는 그 공을 크게

인정 받았다.

 

국가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발전과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위장 탈당 후 복당과 같은 꼼수의

고육지책이 아니라, 노장군 황개가 곤장을 자청해

자신의 몸을 피투성이로 만든 것과 같은 진정한

자기희생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