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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이밀과 '반포지효(反哺之孝)'

물아일체 2023. 5. 8. 03:00

이밀은 AD 3세기경 중국 진()나라 사람이다.

진나라는 삼국시대  위왕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

(중달)의 손자 사마염(무제, 武帝)이 삼국을 통일할

즈음에 세운 나라이다.

 

이밀은 원래 유비가 세운 촉한(蜀漢)에서 벼슬을

했던 인물인데,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네 살 때 어머니도 재가하여 조모 유씨

손에 자라 조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촉한이 유비의 아들 유선 때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진의 황제 무제(사마염)는 이밀의 학문과 인품을

높이 사 그에게 벼슬을 주려 하였다.

 

그런데, 이밀에게는 90세가 넘은 조모가 있었다.

이밀은 황제의 명을 따를 수 없는 사정을 글로 적어

무제에게 올렸으니 이것이 유명한 <진정표>이다.

 

“신 밀은 올해 마흔넷이고 조모는 96세이니,

신이 폐하께 절의를 다 할 날은 길고, 유씨를 봉양할

날은 짧습니다.

까마귀가 먹이를 물어다 늙은 어미에게 먹여 은혜를

갚듯이,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게 해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신의 고충은 촉 땅의 인사들뿐 아니라 양주와 익주의

태수들까지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지가 실로

함께 살펴보고 있는 바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어리석은 정성을 가엾게 여겨

신의 작은 뜻을 들어주십시오.

 

조모 유씨가 요행히 여생을 끝까지 보존하게 된다면

신은 살아서는 마땅히 목숨을 바칠 것이고, 죽어서도

결초보은할 것입니다.

신이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절하며

표를 올려 아뢰나이다.”

 

 

<진정표>를 읽은 진 무제는 이밀의 효심에 감동해

관직에 임명하려던 뜻을 거둔 것은 물론,

이밀로 하여금 조모를 잘 봉양할 수 있도록 노비와

식량까지 하사하였다.

이밀은 조모가 돌아가신 후 진나라 조정에 들어가

한중태수가 되었다.

 

이밀의 <진정표>는 촉한의 제갈량이 북벌에 나서면서

황제인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와 더불어 읽는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명문으로 꼽혀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충신이 아니고,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효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밀의 <진정표>에서 유래한 반포지효(反哺之孝,

돌이킬 반, 먹일 포) 새끼 까마귀가 자라면 늙어서

먹이 활동을 못 하는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듯 부모를 모시는 지극한 효성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까마귀의 사사로운 정이라는 뜻의 오조사정(烏鳥私情)

역시 같은 의미이다.

 

까마귀는 몸 전체가 검정색인데다 울음소리마저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흉물스럽고 나쁜 징조가 있는

흉조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까마귀가 새 중에서 유일하게 은혜를

알고 보답을 하는 반포조(反哺鳥)라고 하여 귀하게

여긴다고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삼족오 까마귀가 그려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까마귀를 흉조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반중(反中)

정서를 고취하려는 의도로 헛소문을 퍼트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樹欲靜而風不止子欲養而親不待
(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냥 두질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버이는 자식이 철이 들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카네이션 꽃 한 송이라도 달아드리려 해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가슴이 아픈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는 정철의

시조 구절이 절로 생각나는 5월 8일 어버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