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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오기 장군의 '연저지인(吮疽之仁)'

물아일체 2023. 3. 20. 04:43

오기(吳起)는 손자와 더불어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병법가이다.

<손자병법>에 버금가는 <오자병법>을 짓기도 한

오기는 위()나라 출신으로, 76전 64승12무의 

전적이 말해주듯 싸웠다 하면 승리를 거둬 상승장군

(常勝將軍)으로 불렸다.

 

오기는 젊은 시절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애썼지만

가산만 탕진했다.

그러다 자기를 비웃던 사람들 30여명을 죽이고

노나라로 달아났다.

 

얼마 후 노나라가 제나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오기는 노나라의 장군이 될 기회를 잡았지만,

부인이 제나라 출신인 점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자 오기는 부인을 죽인 뒤 장군이 되었고,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사람들로부터 부인을 죽여서 장군 자리를 얻은

살처구장(殺妻求將)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나라와의 전쟁이 끝나자 노나라 왕은 오기의

성품이 잔인하고 위나라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로

오기의 병권을 회수해 버렸다.

그러자 오기는 자신의 조국 위나라로 돌아가

군주인 위 문후의 신임을 받으며 뛰어난 용병술과

지휘능력으로 많은 공을 세우게 된다.

 

오기는 장군이 된 후 늘 솔선수범했다.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수레나 말을 타지 않았으며,

먹을 것도 손수 몸에 지니고 다니는 등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다리에 심한 종기가 나서 고생하자

오기는 입으로 직접 그 종기의 고름을 빨아 주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전해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통곡했다.

사람들이 우는 이유를 묻자 병사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작년에 그 애 아버지가 오기 장군 밑에서 싸웠다오.

그때 남편의 등에 난 종기 고름을 장군이 직접

빨아 주었소.

감격한 남편은 전투가 시작되자 오기 장군의 은혜를

갚기 위해 앞장서 싸우다가 결국 죽고 말았소.

이제 오기 장군이 또 다시 우리 아이의 고름을

빨아 주었으니 아들의 운명도 그 아버지처럼 될 것이

뻔하지 않겠소. 그래서 이렇게 우는 것이라오.”

 

.

한나라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일화에서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이라는

뜻의 '연저지인' 오기 장군이 부하의 종기를 빨았던

것처럼 '아랫사람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연저지인'은 순수한 부하 사랑이 아니라

뭔가 목적을 가지고 선행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선거 때가 되면 새벽에 시장을 방문하고,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는 정치인들의 보여주기 행태는 전형적인

‘연저지인’이라 하겠다.

 

 

한편, 오기는 위문후가 죽고 새로운 군주가 왕위에

오른 뒤 다른 신하들의 모함을 받게 되자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망명했다.

 

초나라의 도왕은 오기의 능력을 인정해 선뜻 재상

자리를 내주었고, 재상이 된 오기는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펼쳤다.

 

오기의 개혁정책 덕분에 초나라는 군사력을 불리며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기득권을 빼앗긴 귀족들의

불만이 커졌다.

결국 도왕이 죽자 오기를 시기하던 귀족들이 작당하여

그를 죽이려고 들고 일어났다.

 

오기는 귀족들이 쏜 화살에 맞아 부상당한 채 쫓기다가

도왕의 시신 위에 엎어졌고, 결국 무수히 날아오는

화살에 도왕의 시신과 함께 고슴도치가 되어 죽음을

맞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오기는 죽었지만, 불경스럽게도 도왕의

시신에 화살을 쏜 죄로 귀족 70여 가문도 처형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오기는 인간의 감성을 확실히

이해했던 인물이다.

그는 조직 구성원, 즉 부하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행동으로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했던 인물이다.

 

오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인정이 많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며 동고동락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어 전투능력을 높인 유능한 장군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행할 수 있는 비정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평가 또한 존재한다.  

 

비록 오기가 철저한 자기위주의 인간형이었다 하더라도

조직을 잘 관리하고 운영한 그의 지혜와 행동은

직장 상사의 아랫사람에 대한 갑질 문제가 심심찮게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본받을 만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