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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조비와 조식의 '칠보지재(七步之才)'

물아일체 2023. 4. 6. 04:00

AD 220년 중국 삼국시대 조조가 죽자 큰 아들 조비가

그 뒤를 이어 위나라 황제로 즉위했다

 

조비는 어릴 때부터 자신 보다 글재주가 뛰어난 동생

조식을 시기해 온 데다, 후사 문제에서도 조식에게

밀릴 뻔했던 적이 있어서 조식을 미워했다.

그런데 조조가 죽었을 때 지방에 있던 아우 조식이

아버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비의

황제 즉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

이에 조비는 "조식의 불효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조식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신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내리는

과제를 해결하면 용서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죄를 묻겠다고 했다.

 

 

조비가 조식에게 내린 과제는 자신이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형제'를 주제로 하는 시를 짓되,

그 내용에 '형제'라는 단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조식으로서는 자칫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조식은 해냈다. 형 조비가 일곱 걸음을 옮기는

그 짧은 순간에 시를 지은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시가 바로 조식의 '칠보시(七步詩)'이다.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지었다고 해서 '칠보시'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원래 6구절로 되어 있는 이 '칠보시'는 삼국지연의

등에 의해 4구절로 줄인 시가 전해지고 있는데,

원문 보다 더 유명해졌다. 

                          < 칠보시(七步詩) >

煮豆燃豆 豆在釜中泣 (자두연두기 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본시동근생 상전하태급)

콩을 삶는데 콩깍지로 불을 때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시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

첫 구절의 '자두연두기'는 형제간에 서로 다투고

죽이려 하는 아귀다툼을 비유하는 말로, 골육상쟁과

같은 의미이다.

사회 유명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형제간에 심하게

다투는 일은 오늘날에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뉴스거리이다.

 

두 번째 구절은 한 뿌리에서 난 콩과 콩깍지를 비유해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에게 핍박 받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다.

조식이 시를 짓자 조비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이러한 일화에서 '칠보지재(七步之才)'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칠보지재'는 '일곱 걸음을 옮기는 사이에 시를 지을 수

있는 재주'라는 뜻으로, 문학적 재능이 아주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조조와 큰 아들 조비 그리고 셋 째 아들인 조식 등

3인은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 중에서도

조식의 글재주가 가장 나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 3부자를 삼조(三曹)라고 불렀다.

 

 

조식이 일곱 걸음이라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시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막다른 한계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이르게 되면 기적 같은 힘이 나올 수 있다. 

 

정약용과 김정희는 귀양을 간 유배지에서 자신의

학문을 완성했고, 베토벤은 청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합창 교향곡을 작곡했다.

좌절할 수도 있는 인생의 위기에서 오히려 빛나는

성과물을 창조해낸 것이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긍정의 힘을 믿고 다시 한번 도전하는 힘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