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은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빠이다.
예언, 의료, 궁술 및 음악을 비롯한 예술의 신이며,
태양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은 올림포스 12신 가운데
제우스 다음으로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외모 또한 훤칠하고 준수한 미남으로 묘사되어
가히 엄친아라고 할 수 있는데, 로마 신화에서는
아폴로(Apollo)라고 불린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델포이에
아폴론 신전을 세웠고, 신탁을 받기 위해 그 곳을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재다능하고 훈남인 아폴론이기에 그와 관련된
연애 사건들도 많다.
그러나 그의 사랑 이야기는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린
다프네와 히아신스 꽃이 된 히아킨토스의 경우처럼
대부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불행하게 끝을 맺었다.
(플랑드르 화가 코르넬리스 데 보스의 그림
''다프네를 뒤쫓는 아폴론')
궁술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은 크고 멋진 활을 지니고
다녔다.
어느 날 아폴론은 조그만 활을 들고 있는 사랑의 신
에로스를 만나자 "네 활은 꼭 장난감 같구나.
그러니 전쟁에는 쓰지도 못하고, 맨날 사랑 놀이만
하고 노는 게지."라며 조롱했다.
자존심이 상한 에로스는 자신의 작은 활과 화살을
이용해 아폴론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에로스에게는 두 종류의 화살이 있는데,
하나는 사랑의 열병에 빠지게 하는 황금 화살이고,
다른 하나는 미움을 낳게 하는 납 화살이다.
마침 아폴론 가까이에 강의 신 케피소스의 딸인
다프네라는 아름다운 요정이 있었다.
에로스는 얼른 아폴론에게 사랑의 황금 화살을 쏘고,
다프네에게는 미움의 납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열렬한 사랑을 느끼게
되어 그녀에게로 다가갔지만, 다프네는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폴론에게 붙잡히려는 순간
아버지인 강의 신 케피소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케피소스는 다프네를 급히 월계수 나무로 변신시켜 주었다.
아폴론은 월계수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붙잡고 슬퍼하며
“당신을 늘 푸르게 하여 내 곁에 두겠소. 그리고 당신의
잎으로 왕관을 만들어 내 머리를 장식하겠소.”라고
맹세했다.
그 후 월계수는 아폴론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경기의 승리자에게 월계수
나뭇가지로 만든 화관인 월계관을 씌워주게 되었다.
(러시아 화가 알렉산더 키셀료프의 그림 '히아킨토스의
죽음')
아폴론은 동성인 히아킨토스라는 스파르타의 미소년을
사랑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폴론과 히아킨토스는 원반 던지기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아폴론이 던진 원반이 땅에 맞고
튀어올라 히아킨토스의 이마를 때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히야킨토스를 짝사랑하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이들의 사랑을 질투해 아폴론이 원반을 던졌을 때
갑자기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에 생긴 불상사였다.
원반을 맞은 히아킨토스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아폴론은 그를 안고 상처의 출혈을 막으며 달아나려는
생명을 붙잡고자 노력했지만 히아킨토스는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아폴론은 슬픔에 울부짖으며 히아킨토스를 대신할
추억과 노래를 통해 그와 더불어 영원히 함께 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러자 히아킨토스의 피가 땅 속으로 스며든 곳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으니, 그 꽃이 바로 히아신스라고
한다. 히아신스의 꽃말은 슬픔과 추억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히아신스는 이른 봄에 향기가 좋은
꽃을 피운다)
< 아폴론 신화가 시사하는 점 >
아폴론은 궁술의 신이자 활의 명수이다.
활은 그가 완벽한 용모와 다양한 재주를 지녔음에도
대부분의 사랑을 실패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활을 목표에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냉정함과 평정심이
필수적이다. 또한 활을 쏠 때는 목표에서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폴론은 사물을 냉철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그 사물에 애정 어린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게 살피는 감성적인 측면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신화는 사랑을 위해서는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서
정겨운 눈빛과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신화는 또한, 사랑을 함에 있어서는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오만하게 처신하기 보다는, 겸손하고 인간적인
자세로 상대방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한편, 아폴론과 미소년 히아킨토스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유행했던 동성애가 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에는 동성애가 연륜이 있는 성인이 미성숙한
소년에게 지혜와 경험을 전달해 주는 수단으로
여겨졌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스파르타와
테바이 등의 군대에서는 동성애를 장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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