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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저항의 아이콘이 되다

물아일체 2022. 4. 18. 08:20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땅의 여신 가이아와

남편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낳은 자식들 가운데

한 명인 이아페토스와 그의 부인 바다의 요정

클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아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이름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있었고,

그 예지력 덕분에 제우스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신들과 벌인 두 차례의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편에 섰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가운데

인간과 가장 깊은 연관이 있는 신이다.

그것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불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에게는 '나중에 아는 자'라는 뜻을 가진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가 있었는데,

그는 이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물과 진흙으로 인간과 여러 동물들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에피메테우스는 동물들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에피메테우스가 인간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

새에게는 날개를 주고, 사자에게는 갈기와 이빨을,

말에게는 힘차게 달릴 수 있는 다리를 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뒷일을 생각지 않았던 에피메테우스가

동물들에게 좋은 것들을 다 나눠주고 나니 정작

인간에게는 줄 것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고심 끝에 인간에게 불을 주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불은 신들의 전유물이었기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불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주었다.

 

(플랑드르 화가 얀 코시에르의 그림 

'제우스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인간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이용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되자 제우스 보다  

프로메테우스를 더 숭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에게 속아 인간들로부터

살코기 대신 뼈와 기름을 제물로 받는 일까지 생기자

심기가 불편해진 제우스는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렸다. 

 

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인간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되었고, 이를 안타까워한 프로메테우스는 이번에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불을 훔쳐 다시 인간들에게

주었다.

 

이 일로 제우스는 몹시 화가 난데다, 자신의 운명을

예언해 달라는 부탁마저 프로메테우스가 거절하자 

그를 코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묶어 버렸다.

 

그리고는 독수리를 보내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

낮에 쪼아 먹힌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밤 사이에

다시 돋아났고, 그러면 이튿날 독수리가 다시 와서

그의 간을 또 쪼아 먹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렇듯 끝도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3천 년이 지난 뒤 영웅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그의

쇠사슬을 풀어줘 자유의 몸이 되었다.

형벌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에게 벌을 내렸던

제우스와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회복했다. .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모로의 그림

'프로메테우스의 형벌')

 

    <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시사하는 점 >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준 것은 그가 인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용기와 실천을 필요로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제우스로부터 벌을 받아

고통을 당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저항 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 개막식에서 마지막

순서이자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이다.

이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는 장면을 재현하는 의식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점화 장면)

 

                     간()   /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이다.

서양의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우리 고유의 '토끼의 간'

설화를 결합하여 시적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시의 소재가 된 간()은 불의에 대한 저항 정신과

양심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자신이 희생양이 되더라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고통을 인내하겠다는 젊은 시인 윤동주의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