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미녀와 추남의 만남,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물아일체 2022. 4. 4. 08:06

그리스 신들의 세계인 올림포스에서 최고의 미녀는

단연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추남은 누구일까?

그것은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와 그의 부인 헤라가

낳은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로,

로마 신화에서는 불카누스(Vulcanus)라고 불린다.

 

헤파이스토스가 얼마나 못생겼던지 어머니인 헤라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갓 태어난 헤파이스토스를

하늘에서 땅으로 던져 버릴 정도였다

 

헤파이스토스는 비록 추남에 절름발이였지만,

올림포스의 신들 가운데 가장 재주가 많고 성실해,

신들의 궁전을 짓고 제우스의 강력한 무기인 번개를

비롯해 여러 신들의 무기를 만들어 주는 인기 있는

신이기도 했다.

 

(플랑드르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제우스의 번개를 만드는 헤파이스토스')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런 최고의 추남 헤파이스토스와

최고의 미녀 아프로디테는 부부였다.

이들이 부부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어린 시절 자신이 못생겼다고 구박하며

내쳤던 어머니 헤라에 대한 증오심이 있었다.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며 성장한 그는 호시탐탐 헤라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어느 날 헤파이스토스는 멋진 황금의자를 만들어

헤라에게 선물로 주었다.

헤라가 기뻐하며 황금의자에 앉는 순간 숨겨 두었던

쇠사슬이 튀어 나와 그녀를 옭아매어 버렸고,

헤라는 쇠사슬에서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이에 헤라의 남편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헤라를

옥죄고 있는 의자의 쇠사슬을 풀어주라고 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와 결혼시켜 준다면

쇠사슬을 풀어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아프로디테를 불러

설득 반, 강요 반으로 헤파이스토스와 결혼을 하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올림포스 최고의 미녀와 최고의 추남

커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제우스의 설득과 강요로

추남에 절름발이, 게다가 지독한 일 중독자인

헤파이스토스를 남편으로 맞은 아프로디테는

결혼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여러 신들과 바람을 피우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얼짱에

몸짱인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계속되는 불륜을 보다 못한

태양 신 아폴론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둘의 밀회 사실을

알렸고, 헤파이스토스는 이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침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몰래 설치해 놓았다.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찾은 아폴론)

 

아무 것도 모른 채 여느 때처럼 사랑을 나누려던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갑자기 덮친 그물에 갇혀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이들에게 망신을 주려고 제우스,

포세이돈, 헤르메스 등 여러 신들을 불러 불륜의 현장을

구경시켰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본 신들은 두 신을 비난하기는커녕

"나도 아레스처럼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하며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 광경을 계속 보고 있는 것이 민망해진

신들의 요청으로 헤파이스토스는 어쩔 수 없이

그물에 갇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를 풀어주었다.

 

그러나 여러 신들 앞에서 벌거벗은 모습을 보이며

창피를 당한 아프로디테는 남편 헤파이스토스와의 사이가

더욱 멀어지게 되었고, 아레스와의 관계를 지속하며

에로스를 비롯한 여러 아들까지 낳았다고 한다.

 

 <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신화가 시사하는 점 >

 

아프로디테의 자유 분방한 애정행각은 그녀가 사랑,

특히 육체적 사랑의 여신이라는 점에서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신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추남에 절름발이인 헤파이스토스와 최고의 미녀인

아프로디테는 사랑이 아닌 제우스의 강요로 맺어진

부부였다.

 

게다가 워커홀릭인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에서

일만 하면서 아내인 아프로디테에게는 무관심했다.

둘 사이에 진정한 애정이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신화는 헤파이스토스가 아내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간통을 웃음거리로 만들려 하기 보다는,

자신이 먼저 일 중독에서 벗어나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프로디테와의 사랑을 회복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를 가둔 침대의 그물은 현실에서의

감옥을 비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그 둘을 감옥에 가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물에서 금방 풀려났다.

이것은 감옥이 간통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간통현장을 보기 위해 모여든 남신들은 아레스를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를 부러워하고, 아레스를

그물에서 풀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신화가 생성되던 고대 그리스에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 앞에서 전쟁의 신 아레스가

완전 무장해제 상태가 되어 있다.

전쟁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