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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설마 그럴리가...", 카산드라 콤플렉스

물아일체 2022. 3. 28. 08:39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딸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파리스와 트로이 전쟁의

영웅 헥토르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카산드라는 빼어난 미모와 더불어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녀가 예언 능력을 갖게

된 건 아폴론 때문이다.


태양의 신이자 예언의 신 아폴론은 아름다운 카산드라의

미모에 반해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카산드라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는 것을

조건으로 그녀에게 탁월한 예언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아폴론으로부터 예언 능력을 받은 카산드라는

마음을 바꿔 아폴론과의 사랑을 거부했다.

 

카산드라가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아폴론은 신이기 때문에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죽지 않고 살겠지만, 자신은 인간이기에 늙고 병들어

언젠가는 아폴론이 카산드라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말에서 설득력을

빼앗아 버려, 그녀의 예언은 맞을 것이나 사람들이

그 예언을 믿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실제로 카산드라는 트로이와 자신의 운명에 관해

여러 차례 예언을 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 첫 번째 예언 >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쳐지는 황금사과를 놓고

다투던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그 결정권을

트로이의 왕자이자 카산드라의 오빠인 파리스에게

맡겼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황금 사과를

자기에게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부인으로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주었다.

 

그 후 파리스가 스파르타를 방문하려 하자 카산드라는

"오빠가 스파르타에 간다면 트로이에 커다란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을 했지만 파리스는 그 말을

무시했다.

 

스파르타를 방문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도움을

받아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의 아름다운 부인

헬레네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함께 트로이로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였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는

자신의 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함께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해 트로이 정벌에 나서게 되니

기나긴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플로의 그림 '트로이의 목마'

                       < 두 번째 예언 >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10년간에 걸친 전쟁이

소강국면을 보이게 되자 그리스군은 트로이 성문 앞에

병사를 숨긴 커다란 목마를 놓아 두고 위장 철수하는

속임수를 썼다.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가 그리스군이 남기고 간

선물이라며 성 안으로 옮기려 했다.

이때 카산드라는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다 놓으면

트로이는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무시하고, 목마를 성 안으로

옮긴 뒤 승리의 축제를 벌였다.

 

밤이 되자 목마에 숨어 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었고, 그리스군이 성 안으로 밀려 들어와

트로이는 결국 멸망하게 되었다.

 

                       < 세 번째 예언 >

 

카산드라의 예언대로 트로이는 멸망했고, 그녀는

트로이를 점령한 그리스군 총사령관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의 전리품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 아가멤논이 카산드라를 데리고 미케네로

돌아가려 하자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미케네로

돌아간다면 아가멤논 당신은 물론 나도 죽을 것이다."라고

절망적으로 예언했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카산드라의 말을 무시한 채 미케네로

돌아갔고, 집에 도착한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바람이 난 부인의 정부에게 칼에 찔려 죽임을 당했다.

 

             < 카산드라 신화가 시사하는 점 >

 

사람들은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좋지 않은 정보를

듣게 되면 그건 사실이 아닐거야!” 또는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하며 일단 그것을 무시하거나

모른 체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정보를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카산드라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왜적의 침입을 예견하며 주장한  

10만 양병설을 무시했던 선조 임금과 조정 대신들의

행태는 카산드라 콤플렉스의 좋은 예라고 하겠다.

 

영국 화가 이블린 드 모건의 그림 '카산드라'

그림 속의 카산드라는 불타는 트로이를 배경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예언을 믿지 않아 초래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비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설득력이 결여된 예언 능력을 지녔던 카산드라는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더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을 들으려 한다.

우리는 카산드라의 불행과 트로이의 멸망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선각자들이나

경쟁자들의 목소리에도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