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그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퐁파두르 후작부인
20년간은 처녀로,
15년간은 창부로,
7년간은 뚜쟁이로 보낸 사람
여기 잠들다."
퐁파두르 부인(1721 - 1764년)은 루이 15세의 눈에
띄어 1745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왕의 정부로서
'왕관 없는 여왕'으로 불리며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여인이다.
퐁파두르 부인의 묘비문이 될 뻔했던 위 문장은
당시 그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한 평론가가
썼다는 글로, 이 글이 퐁파두르 부인의 묘비문으로
실제 사용된 것은 아니다.
퐁파두르 부인이라는 명칭은 그녀가 루이 15세의
정부가 된 후 받은 퐁파두르 여후작이라는 작위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녀는 본명인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보다 퐁파두르 부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평민 신분으로 태어난 퐁파두르 부인은
부유한 금융업자인 의붓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상류층 여성에게 필수적인 문학이나 음악 같은
교양 교육을 받았고, 그림, 연극, 식물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으며 유머 감각도 훌륭했다.
1741년 그녀는 의붓 아버지의 조카와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왕의 애첩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기에 그녀는 언제나 루이 15세의 눈에
띄기 위한 준비를 했다.
1744년 루이 15세가 사냥을 나왔다가 퐁파두르 부인을
만나게 되었고, 루이 15세는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지식까지 겸비한 그녀에게 금방 푹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이 되었고, 스물네 살의
퐁파두르 부인은 남편과 이혼한 뒤 궁으로 들어가
정식으로 루이 15세의 정부가 되었다.
퐁파두르 부인은 왕의 첩이었기에 당연히 왕비와
사이가 좋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의외로 루이 15세의
부인 마리아 왕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퐁파두르 부인은 정치는 물론,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녀의 문화 예술 지원으로 사치스럽고 몽환적이며
경쾌함을 특징으로 하는 로코코 스타일이 전 유럽에
풍미했고, 사람들은 로코코 스타일을 '마담 퐁파두르
양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퐁파두르 부인은 문학에도 깊은 흥미를 보였는데,
그녀가 주최하는 살롱은 당시 유력한 지식인들이
모이는 장소로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다.
퐁파두르 부인의 이러한 노력과 후원은 프랑스 문학과
계몽주의 사상의 발전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생활과 그로 인한 국가 재정의
낭비는 시민들의 분노를 샀고, 훗날 프랑스 대혁명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퐁파두르 부인은 정부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왕의
뜨거운 총애를 받다 보니 그녀에게도 많은 적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어느 짓궂은 평론가는 그녀가 죽은 후에 쓸
묘비 문구라며 "20년은 처녀로, 15년은 창녀로,
7년간은 뚜쟁이로 보냈던 여인"이라는 퐁파두르의
삶을 부정적으로 함축한 글을 써 발표하기도 했다.
퐁파두르 부인이 7년간 뚜쟁이였다는 표현은
그녀가 서른 살의 나이를 넘어 심신이 쇠약해지자
궁 안에 젊은 미녀들을 모아놓고 매일 밤 왕에게
잠자리를 함께 할 여인을 고르게 했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외모와 지성까지 갖춘 퐁파두르였지만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빨리 찾아왔다.
그녀는 1764년, 43세를 일기로 세상과 루이 15세의
곁을 떠났다.
이때 퐁파두르가 앓았던 병은 폐결핵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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