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그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대문호 토마스 하디의
숭고한 정신과
통찰의 심장이
여기에 묻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인 토마스 하디의
시신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하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심장만은 자신의 고향인
도싯(Dorset)주에 묻힌 첫째 부인 에마 라비니아의
묘에 합장되었다.
자신의 힘든 시절을 함께한 아내였기에 심장만이라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의 묘비문은 그 합장묘에 새겨진 문장이다.
토머스 하디는 1840년 6월 2일 영국 남서부 도싯 주
도체스터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철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이
절정기에 이른 시기였지만, 하디가 태어난 마을은 당시
영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의 자연 환경을 몸소 느끼며 자란
경험은 하디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국 남부 웨섹스 지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곳은 그의 고향
도체스터를 모델로 한 것이다.
하디는 도체스터에 있는 마을 학교에서 공부했다.
조용하고 학구적인 성격에 문학을 좋아하던 하디는
성적이 매우 뛰어났지만 대학 진학이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학교를 졸업한 후 건축사무소에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 없어
건축사무소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09년에는 작가협회 회장이 되었고, 1910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메리트 훈장을 받는 등 말년에 이르러
하디의 작가로서의 명성은 절정에 달했다.
1914년 74세의 토마스 하디는 비서이자 시인이었던
35세의 플로렌스 더그데일과 재혼했으며, 1928년 1월
8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하디의 명성을 드높여 준 작품은 우리나라에 <테스>로
소개된 <더버빌 가의 테스>이다.
<테스>는 하디가 49세 때인 1889년에 쓴 소설로
미혼모 문제, 치정살인 등 소재가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출간을 거부당하다가 1891년에야 출간할 수
있었다.
<테스>는 일견 통속적인 연애소설로 보이지만,
등장인물의 다면적인 성격과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통찰력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하디는 <테스>를 통해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인습과 편협한 종교인들의 태도를 공격했다.
< 테스의 줄거리 >
가난하지만 착하고 순진한 시골 처녀 테스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정욕에 눈먼
알렉 더버빌이란 남자에게 유린당해 미혼모가 되고,
병으로 어린 아이마저 잃는다.
삶을 송두리째 잃은 듯한 고통을 뒤로하고,
어느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테스에게
에인젤 클레어라는 청년이 나타나 구애를 한다.
테스 또한 그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과거를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생각하고,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하지만 에인젤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두려움과 번뇌 속에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을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결혼식을 하고 나서야
어두운 과거를 털어놓게 된다.
에인젤은 과거의 인습과 종교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었지만, 테스의 고백을 듣자,
그 동안 자기가 부정했던 사회적 편견과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테스를 남겨두고 브라질로
떠난다.
홀로 남아 막연히 에인젤을 기다리며 힘들게 살아가던
테스 앞에 알렉 더버빌이 다시 나타나 가난에 허덕이는
테스의 가족들을 볼모로 그녀에게 굴종을 강요한다.
에인젤은 브라질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마음을
다잡고 테스에게 돌아오지만, 이미 테스는 알렉의 강권에
다시 한번 마음이 꺾여 버린 상태였다.
테스는 괴로움에 알렉을 죽이고 에인젤을 따라 나서지만,
경찰에 체포되어 형장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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