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 위에 축복이 있기를."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
(1746 - 1827년)의 묘비문이다.
한 문장 안에 그의 삶이 녹아 있다.
페스탈로치는 스위스의 교육학자, 사상가, 교육자로,
주로 고아들의 대부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서 존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페스탈로치는 일찍이 루소의 영향을 받아 계몽주의에
심취했고, 대학생 때 야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목사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신학을 전공했지만,
자유주의 단체인 애국단에서 활동한 게 문제가 되어
체포되기도 했다.
학업을 마친 페스탈로치는 귀농해서 노이호프에
농장 겸 대안학교를 열고 1778년까지 고아와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주변의 인식 부족 및 재정난
때문에 학교 문을 닫아야 했고 장남과 아내가
요절하는 등의 고난을 겪었다.
노이호프 학교가 폐교된 뒤에 페스탈로치는 교육학을
연구하고 저서를 출판하며 초야에 묻혀 지냈지만,
유럽 대륙이 프랑스 혁명의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고아 문제가 부각되자 슈탄츠에서 잠시 고아원장을
맡은 뒤 부르크도르프에 학교를 세웠으며, 얼마 후
이베르동의 학교로 옮겨서 1825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이베르동을 나와 자신이 직접 학교를 세우기도
했으며, 1827년에 노환으로 사망했다.
비문에서도 볼 수 있듯, 페스탈로치는 거의 일평생을
교육실천가로 살면서 자신이 구상한 교육원리를
실제 교육에 적용했고 지,덕,체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교과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체험학습과
시청각 교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페스탈로치는 고대시대부터 근대까지 "폭력을 통한
복종"을 교육의 독트린으로 삼고 있었던 야만적인
교육관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인물이다.
그는 체계적인 교육이론을 통해 아동에 대한 교육과
훈육방식 등을 제시한 최초의 아동 교육가라고
할 수 있다.
得天下英才而敎育之 (득천하영재이교육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의 하나이다.
맹자가 생각하는 군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교육'이라는 단어도 맹자의
이 문장에서 유래한 것이다.
맹자는 영재들을 가르치는 일을 군자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꼽으면서, 천하의 왕 노릇
하는 것은 여기에 들지 못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王天下不與存焉 왕천하불여존언)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간 불신의 골이
깊다. 학부모들은 교사를 불신하는 반면, 교사들은
교권이 침해 당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러한 상호불신의 결과로 교사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 어렵게 되었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줄어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이 본다고 하겠다.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알 속의 새끼와
알 밖에 있는 어미가 동시에 알 껍데기를 쪼는
줄탁동기(啐啄同機)의 아름다운 순간이 있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측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줄탁동기가 있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페스탈로치 주요 어록 >
"교육은 본보기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가정의 기쁨은 이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즐거운
것이며, 아이에게 얻을 수 있는 부모의 기쁨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거룩한 기쁨이다."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승리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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