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성공 조건은 믿음과 신뢰다.
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은 기득권층의 저항과
방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개혁을 이끄는 리더의 진정성이다.
리더의 사심이 배제된 진정성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는 가장 큰 담보물이다.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정치를 하자면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足食, 足兵, 民信之矣 (족식, 족병, 민신지의)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린다면?”
“군대를 버려라.”
“또 하나를 버린다면?”
“식량을 버려라."
"백성에게 신의를 잃으면 잠시라도 설 수 없는 것이다."
去兵, 去食, 民無信不立 (거병, 거식, 민무신불립)
공자는 모든 것이 부족해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던 것이다.
안보(兵)와 경제(食)를 앞세워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회적 신뢰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린
개발독재를 경험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나라의 개혁가 상앙은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백성의 믿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혁을 위한 법령을 마련한 다음 그것을
시행하기에 앞서 백성들에게 우선 신뢰를 쌓기로 했다.
상앙은 그리 크지 않은 나무기둥을 남문에 세워 놓고
그것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는 금 10냥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백성들이 의심하며 비웃자 상앙은 상금을
50냥으로 올렸고, 어떤 젊은이가 나서서 재미 삼아
기둥을 옮기자 그 자리에서 상금을 주었다.
그 광경을 본 백성들의 마음에는 법령에 대한 신뢰가
싹트게 되었다.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목득신(立木得信)의 일화이다.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 미생은 어떤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여자가 아직 안 왔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자
미생은 자리를 뜨지 않고 다리 기둥을 껴안은 채 죽었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미생지신
(尾生之信)을 실천한 것이다.
미생지신은 사람들에게 상반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두터운 신의의 본보기로 삼기도 하고,
우직하여 융통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병법의 대가인 손자는 장군 즉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지(知), 신(信), 인(仁), 용(勇), 엄(嚴) 등
다섯 가지를 들었는데, 여기서 신은 신뢰이다.
장군과 리더가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조직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다음은 언행일치다.
한자 신(信)은 사람(人)과 말(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말과 행동이 다른 지도자를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장군의 신뢰와 관련해서는 오기연저(吳起吮疽)
일화가 유명하다.
전국시대 위나라 출신 오기 장군은 손자와 쌍벽을
이루는 병법의 대가로 다른 지휘관들과는 달리
병사들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
군대가 행군할 때는 수레를 타지 않았고,
잘 때도 깔개를 쓰지 않았으며,
자신의 양식은 직접 휴대하는 등 병사들과
동고동락했다.
게다가 병사의 종기에 직접 자신의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내는 오기연저를 실천했다.
이렇듯 오기는 병사들과 신뢰를 쌓아 싸우면 이기는
상승장군(常勝將軍)이 될 수 있었다.
신뢰와 믿음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법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사람들은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게 되고,
그 사회와 조직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는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신뢰의 부족 때문이다.
사회 리더 계층의 각종 갑질 행태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자신들을 마치 하인 취급하는 리더를 직원들은 결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철이면 온갖 공약을 다 내놓고 선거가 끝나면
그것을 빌 공(空)자 공약으로 만들어 정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아직도
많다.
모두가 공자의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가슴에 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클래식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