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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교만함에 추락한 영웅 벨레로폰

물아일체 2023. 10. 30. 04:00

벨레로폰은 코린토스의 왕 글라우코스의 아들이다.

그는 실수로 형제인 벨레로스를 죽이게 되었는데,

벨레로폰이라는 이름은 '벨레로스를 죽인 자'라는 의미의

단어 '벨레로폰테스'의 줄임말이고, 그의 본래 이름은

힙노스였다고 한다.

 

살인죄를 짓고 정처 없이 떠돌던 벨레로폰은 티린스로

가서 그 곳의 왕 프로이토스로부터 살인죄에 대한

사면과 함께 환대를 받게 되었다.

 

벨레로폰은 손님으로 대접을 받으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벨레로폰에게 반한 왕비 안테이아가

벨레로폰의 방으로 찾아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유혹했다.

 

벨레로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티린스의 왕비 안테이아

 

그러나 벨레로폰은 애초에 안테이아에게 마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환대해준 왕을 배신할 수 없어

왕비 안테이아의 고백을 강하게 거절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안테이아는 오히려 벨레로폰이

자신을 농락하려 했다고 남편인 프로이토스 왕에게

거짓말을 고했다.


왕은 부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분노했으나, 당시

관습에 따라 환대한 손님을 자신이 직접 해칠 수 없어

벨레로폰에게 밀봉한 편지 한 통을 주어 장인이자

리키아의 왕인 이오바테스에게 보냈다.

 

'벨레로폰의 편지'를 쓰는 티린스의 왕 프로이토스

  

벨레로폰은 편지의 내용을 모른 채 리키아에 도착해 

이오바테스 왕에게 편지를 건넸는데,

그 편지에는 "이 편지를 갖고 간 사람을 즉시 죽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서 '벨레로폰의 편지(Bellerophonic letter)'라는

관용적 표현이 유래하게 되었는데,

이는 '편지를 가지사람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의미한다. 

 

이오바테스 왕은 관습에 따라 9일 동안 벨레로폰을

대접한 뒤 10일째 되는 날 사위가 보낸 편지를 뜯어

보았더니 거기에는 이 편지를 가져간 자를 죽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던 이오바테스 왕은 벨레로폰이 

무예가 뛰어난 영웅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그에게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 입에서는 불을 뿜는 괴물인

키마이라(키메라)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괴물 키마이라(키메라)

 

키마이라는 리키아의 백성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오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키마이라를 처지하지 못했기에

이오바테스 왕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벨레로폰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명령을 받은 벨레로폰은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키마이라를 죽여

버렸다.

 

페가수스를 타고 괴물 키마이라를 죽이는 벨레로폰

 

이오바테스 왕은 자신의 예상과 달리 벨레로폰이

키마이라를 죽이자 크게 놀라면서 또 다른 몇 가지

어려운 과제를 주었다.

 

그러나 벨레로폰이 여러 난제들을 다 해결하고 돌아오자

이오바테스 왕은 벨레로폰이 틀림없이 신들의 보호를

받는 영웅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에 이오바테스 왕은 벨레로폰이 가져왔던 편지를

보여준 뒤, 자기 딸 필로노에를 벨레로폰과 결혼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벨레로폰은 장인 이오바테스 왕이 죽자

리키아의 왕위를 물려받았고, 아내인 필로노에와 자식도

낳으며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사는가 싶던 벨레로폰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올림포스의 신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바로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로 올라가 보려고 했다 

 

이처럼 신에게 도전하는 벨레로폰의 교만한 행동에

분노한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는 쇠파리를 보내

페가수스의 꽁무니를 물게 했고, 이 때문에 벨레로폰은

날뛰는 페가수스의 등에서 떨어졌다.

 

페가수스와 함께 추락하는 벨레로폰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진 벨레로폰은 가시덤불로 

곤두박질쳐 두 눈이 멀고 절름발이가 되어 들판을 

방황하다 죽게 되었다고 한다.

 

벨레로폰의 이러한 행동은 그리스 신화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휴브리스 증후군(Hubris

syndrome)'이라고 할 수 있다.

 

'휴브리스 증후군'이란 과거의 성공에 도취해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파멸에 이르게

되는 영웅들의 특성을 일컫는 말이다.

 

벨레로폰 신화는 사람들에게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때가

가장 실패하기 좋은 순간임을 명심해 마음의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며, 더욱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