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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 학문과 예술의 여신 무사이(Musai)

물아일체 2023. 10. 16. 04:00

 
무사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학문과 예술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여신들로, 학자나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데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올림포스의 제왕신인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다.
므네모시네는 기억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메모리
(memory)와 기억을 도와주는 수단인 메모(memo)의

어원이 되기도 했던 여신이다.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 사랑을 나눠
무사이 자매들을 낳게 된 것은 거인들과의 전쟁인
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한 직후라고 한다.
 
제우스는 자신이 거둔 승리의 축가를 짓고 싶었는데,
전쟁의 경과를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는
므네모시네 여신뿐이었기에, 제우스는 9일 동안 연이어
므네모시네와 동침을 한 뒤 딸 아홉 명을 낳았으니
그들이 바로 무사이 자매들이다.
 

 
무사이(musai)는 음악을 뜻하는 단어 뮤직(music)의
어원이 되었으며, 무사이 자매들이 사는 집 무사이온
(musaion)은 인류가 남긴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인
뮤지엄(museum)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무사이는 올림포스 12신 중 음악과 예술의 신 아폴론을
수행하기도 했는데, 아폴론 주변에서 여러 여신들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면 그들은 무사이 자매들이다.
 
무사이 아홉 자매들은 각자 담당하는 예술 분야가
달랐는데, 맏딸인 클레이오(Cleio)는 영웅시와 서사시를 
담당하여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며, 
둘째 우라니아(Urania)는 하늘에 대한 찬가를 맡아 
늘 지구의나 나침반을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셋째인 멜포메네(Melpomene)는 연극 중에서 비극을 

담당해 슬픈 가면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넷째 탈레이아(Thaleia)는 희극을 맡아
웃는 가면과 목동의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섯째 테릅시코라(Terpsichora)는 무용과 합창을 
담당해 현악기의 일종인 키타라를 든 모습으로, 
여섯째인 폴뤼힘니아(Polyhymnia)는 무용과 
판토마임을 담당해 늘 입술 앞에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명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곱째 에라토(Erato)는 서정시를, 여덟째 에우테르패
(Euterpe)는 연가를, 막내인 칼리오페(Caliope)는 
현악과 서사시를 맡았다. 
 
이들 아홉 명의 무사이들은 올림포스에서 열리는
신들의 연회에서 시와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워 주는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헬리콘산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지냈다고 한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지식과 이야기는 오로지 기억으로만
전해졌다. 그래서 기억은 곧 학문과 예술의 어머니로
여겨지곤 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식을 잘 기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운율을 입혀 구전하는 방법이었다.
그 결과, 고대 그리스에서는 운율을 지닌 모든 것이
무사이의 구현물이자 그들의 후원 아래 있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고대 서사시에는 보통 시작 부분에서 무사이 여신을
불러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청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무사이 여신을 통해 서사시에 권위를 부여하려고
했던 것이다.
 
오늘날 무사이는 사람들에게 영어 표기인 뮤즈(muse)로
더 많이, 그리고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
무사이 신화가 생겨난 이후 서양의 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자신에게 특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를 갈구하게
되었고, 그러한 영감의 원천인 뮤즈는 학문과 예술사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뮤즈로는 로댕의
카미유 클로델,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살바도르 달리의
갈라 등을 들 수 있고,
문학과 학문의 분야에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니체,
프로이트 등 당대의 많은 지성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루 살로메가 대표적인 뮤즈라고 하겠다.
 

카미유 클로델(왼쪽)과 루 살로메(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