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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들

물아일체 2023. 3. 30. 04:00

산드로 보티첼리는 15 - 16세기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이다.

주로 피렌체의 공방에서 당시 피렌체의 권력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의뢰를 받아 역사, 신화, 종교  관련

그림과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 때문에 그의 그림

곳곳에서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물을 엿볼 수 있다.

 

보티첼리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들도 많은 상징을 담고 있어

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다.

 

                                < 봄 (프리마베라) >

 

 

프리마베라(Primavera)’는 이탈리아어로 봄을 의미한다.

신혼부부의 방에 걸기 위해 제작한 그림이라고 하는데,

봄의 싱그러움처럼 젊은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화면 중앙에는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가

서 있고, 머리 위에는 비너스의 아들인 큐피드(에로스)가

사랑의 활을 겨누고 있다. 

 

오른쪽에 몸이 시퍼렇게 칠해져 공중에 떠 있는 인물은 

 겨울을 상징하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이다.

그는 입으로 바람을 불면서 요정 클로리스를 붙잡으려

하고 있다.  

그 곁에는 꽃의 여신 플로라가 꽃을 뿌리고 있는데,

화면 곳곳에 피렌체에서 피는 190여 종 500여 개의

꽃이 그려져 있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플로라는 보티첼리가 짝사랑하던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왼편에는 봄이 온 것을 기뻐하는 삼미신이 춤을 추고

있고, 메디치 가문의 수호신이기도 한 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는 지팡이를 높이 들어 시커먼 먹구름을

휘젓고 있다. 먹구름으로 상징되는 어두운 겨울을

걷어낸다는 의미이다.

그림의 배경이 된 오렌지 나무와 월계수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으로, 이 그림이 메디치 가문을 위한

것임을 알려준다.

 

                            < 비너스의 탄생 >

 

 

화면 중앙에 떠 있는 조개껍데기 위에 비너스가 서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비너스의 탄생 순간이 아니라 탄생한 뒤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비너스 탄생에 관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결혼해

많은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자식들이 자신을 쫓아내고

제왕신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 자식들을 땅속,

즉 가이아의 뱃속에 다시 가두어 버렸다.

 

이에 화가 난 가이아의 사주를 받은 막내 아들

크로노스가 낫으로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러자 바다에서는 하얀 거품이 일어났고, 그 거품

속에서 비너스가 탄생했다는 것이 신화의 내용이다.

비너스를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라고 불렀는데,

이는 '거품'이라는 의미의 '아프로스'에서 연유된

이름이다.    

 

비너스는 조개껍데기를 타고 키프로스 섬 해변에

도착했다.

서양에서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조개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여성이나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비너스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왼손과

머리카락으로는 음부를 가리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정숙한 비너스'라는 고전 조각의

특정 유형을 따른 것이다.

 

비너스는 목이 기형적으로 긴 데다 어깨선의 각도도

너무 세워져 있는데, 이런 변형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미적 감동을 더욱 느끼게 된다. 

자세도 비너스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을

그렸음에도 운동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마치 동영상의 정지 화면 같은 모습이다.

 

그림 왼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바람을 불어

비너스를 바닷가로 밀고 있으며, 그 곁에는 새벽의

여신 오로라가 있다.

오른쪽에는 꽃의 여신 플로라가 붉은 망토로 비너스를

감싸려 하고 있는데, 꽃이 그려진 붉은 망토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다.

 

                       < 동방박사의 경배 >

 

                   

베들레헴의 말구유를 찾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는 

마태복음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이다.

 

아기 예수를 무릎에 앉힌 마리아는 앳되고 인자한데,

마리아 옆에서 팔로 얼굴을 괴고 바라보는 요셉은

폭삭 늙은 모습으로 그려져 마리아와 대조를 이룬다.
이는 마리아가 동정녀로서 잉태하여 예수를
낳았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보티첼리가 델마라라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델마라는 당시 피렌체의 권력자인 메디치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티첼리에게 메디치가의 인물들을 그림에

넣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에 보티첼리는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인물은 코시모

데 메디치, 붉은 망토를 입고 중간에 꿇어앉은 이는

코시모의 아들 피에로, 오른쪽에 검은 망토를 걸친

검은 머리의 인물은 손자인 로렌초의 얼굴로 그렸다.

 

한편, 그림의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갈색 옷을 입고

전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은 이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