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1599 - 1660년)는 17세기 스페인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불과 24세의 나이에
국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가 되어 왕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두 차례의 이탈리아 유학을 통해 베네치아 회화를
연구하여 보다 폭넓은 기법을 발전시켰으며,
고야, 마네, 피카소 등 후대의 많은 화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화가로서는 드물게 기사 작위까지 수여 받는 등
더 없이 영예로운 삶을 살았다.
< 시녀들(Las Meninas) >
이 그림은 1985년 예술가와 비평가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데, 그림의 명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해석이 분분한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다.
작품의 배경은 펠리페 4세의 궁전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화실이다.
왕실 가족의 일상을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이 정확히
포착한 단체 초상화에는 인물 11명이 등장한다.
그림 중앙의 은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머리 여자아이는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 공주이고, 그 주변에는
어린 왕녀를 수행하는 시녀, 왕실 소속 난쟁이와 호위병,
시종이 보인다.
화면 왼쪽의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서있는 남자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벨라스케스다.
방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왕과 왕비는 공주 뒤편
벽에 걸린 사각형 거울에 흐릿하게 그 모습이 비친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그림 밖의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왕과 왕비인 것이다.
결국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국왕 펠리페 4세와
왕비 마리안나의 초상화를 그리는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그림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화면 중앙에
위치한 마르가리타 공주와 그 시녀들과 궁정 광대인
난쟁이라고 할 수 있다.
<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 >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테레지아 공주의
다섯 살 때의 모습이다.
벨라스케스는 공주와 정혼한, 훗날 신성로마 황제가
되는 열한 살 연상의 외삼촌 레오폴트 1세에게
공주의 성장과정을 여러 차례에 걸쳐 초상화로 그려
보냈다.
드레스의 레이스와 주름의 질감을 노련한 색채 기술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돋보인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결혼 후 6년 동안 네 명의 자녀를
낳으며 남편과 원만하게 지냈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연이은 근친혼의 영향으로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 불카누스의 대장간 >
태양의 신 아폴론이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
(헤파이스토스)에게 "당신의 부인 비너스(아프로디테)가
전쟁의 신 마르스(아레스)와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비너스와 마르스가 연애 중이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불카누스의 한쪽 눈썹은 치켜 올라갔고, 그 옆에 있는
청년도 놀란 표정이 됐다.
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은 무덤덤하게 하던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에 대한 벨라스케스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
두툼한 코에 미간을 찡그리고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교황은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짜증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이 신성한 성직자라기 보다는
심술 맞은 표정을 한 고집 센 노인처럼 보이는 것에
심기가 불편해진 교황은 초상화가 '너무 사실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거울을 보는 비너스 >
스페인 최초의 누드화로,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자신의 미모에 도취된 듯 아들 큐피드가 잡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하얀 피부,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깊은 굴곡,
균형 잡힌 엉덩이와 곧게 뻗은 다리는 지극히
관능적이다.
< 바쿠스의 향연 >
농부들 틈에 앉은 술과 포도의 신 바쿠스가
한 사람에게 포도넝쿨로 만든 화관을 씌워주고 있다.
중앙의 모자를 쓴 남자의 흥겨운 표정에서 보듯
낙천적인 분위기가 그림을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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