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1882 - 1967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20세기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무심하고 무표정한 방식으로 포착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고독과 상실감, 단절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1960 - 1970년대 팝 아트와 신사실주의
화가들은 물론, 알프레드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 같은
영화 감독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호퍼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무명 화가로 지내며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1924년 호퍼는 미술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세핀
니비슨과 결혼했는데, 그녀는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델이 되어줌은 물론 그의 예술에 있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인생의 동반자였다.
이 시기부터 호퍼는 수채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 무렵 뉴욕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품들이 모두 판매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호퍼는
미국적인 장면을 그리는 새로운 사실주의 화가로
빠르게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철길 옆의 집,
자동판매기 식당, 일요일 이른 아침, 주유소 등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전시회 '길 위에서'가 지난
4월 20일부터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호퍼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 >
호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 속의 시간은 한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시점인
듯하다.
길게 이어진 바를 사이에 두고 종업원과 한 커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뒷모습을
보인 채 혼자 앉아 있다.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을 담은 이 작품은
화려한 도시 풍경 속에서 현대 도시인들이 느끼는
고독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화면에는 식당의 출입문이 보이지 않아 밤의 거리와
더욱 분리된 느낌을 자아낸다.
식당 밖 거리의 건물들은 전부 불이 꺼져 있고,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도시의 적막감을 느끼게 한다.
호퍼는 이처럼 현대인들이 지닌 고독함, 상실감 같은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 자동판매기 식당 >
한 여성이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노란색 모자, 초록색에 깃을 세운 자켓 등 화사한
옷이 눈에 들어오지만, 분위기는 고독하다.
사소한 요소들을 과감히 생략해 간결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준다.
여성의 담담한 표정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 햇빛 속의 여인 >
긴 머리 나신의 여인이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속에
빛을 마주하고 서 있는 모습에서 고독이 느껴진다.
그녀의 한 손에 끼워진 담배와 그녀가 막 빠져 나온
듯한 싱글 침대 그리고 그 침대 밑에 놓여진 한 켤레의
구두가 고독을 더하고 있다.
여인의 모델은 호퍼의 부인 조세핀 호퍼이다.
< 철길 옆의 집 >
미국의 오래된 도시에 많이 있는 빅토리아풍 저택이
철길 옆에 스산하게 서 있다
호퍼는 이 작품을 뉴아티스트 소사이어티 제 7회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비평가인 로이드 굿리치는
“이 전시에서 가장 충격적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사실주의 그림보다도 가장 신랄하고
황량한 작품”이라며 극찬했다.
이 그림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에
나오는 모텔의 모티브가 되었다.
< 호퍼의 다른 그림들 >
. 주유소 . 일광욕하는 사람들
. 도시의 여름 . 뉴욕의 방
. 푸른 밤
. 이층에 내리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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