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 - 1957년)의 묘비문 문장이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출생했다.
그는 당시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크레타 섬에서
기독교인 박해와 독립 전쟁을 보며 어릴 적부터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많은 작품을 남긴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릴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에 아홉 번이나 후보 지명되었지만
수상이 불발된 비운의 작가이다.
영혼의 자유로움을 갈망했던 카잔차키스의 삶은
여행의 연속이라고 할 만큼 여행을 좋아해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까지 섭렵했고,
그 이야기를 여행기로 펴냈다.
카잔차키스의 여러 작품들은 신성모독을 이유로
그리스 정교회로부터 한 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그가 사망해 고향인 크레타 섬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는
신도들이 그의 책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나는 자유다.”라며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했던
카잔차키스의 묘비문을 구현한 인물이 바로 그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라고 할 수 있다.
1946년에 출판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키워드는
'자유'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 '조르바'는 자신의 인간적인
욕망에 충실하고 타인의 인간다움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저마다 처한 사회적 역할과 행동의 제약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현재와 미래, 선과 악, 도덕과
욕망 같은 양면성의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억누르고 있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 '그리스인 조르바'의 문장들 >
"우리는 정작 행복한 순간에는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직 그 행복이 끝나 먼 과거로 흘러간 다음에야 비로소
갑작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순간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새삼 깨닫는다."
"나무처럼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길이 있는 거예요.
무화과나무한테 체리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시비 걸지는 않잖소!"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겨울은 딱딱한 껍질 뒤로 소리도 없이, 몰래,
밤낮으로, 봄의 위대한 기적의 천을 짜고 있었다."
"외적으로는 참패했을지라도 내적으로 승리자일 때
우리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낀다.
외적인 재앙이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진짜 악마보다 반쯤만 악마인 놈을
더 혐오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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