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이 외출이 행복하길.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I hope the exit is joyful.
And I hope never to return."
20세기 초 멕시코의 대표적 여성 화가로,
멕시코 지폐와 우표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프리다 칼로(1907 - 1954년)의 묘비문이다.
독일계 아버지와 멕시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리다 칼로는 주로 멕시코의 현실주의, 초현실주의,
상징주의와 멕시코의 토속 문화를 결합한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관능적이고 개성 강한
자의식의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게 되었고,
여고생이던 18세 때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당초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그녀의 인생은
교통사고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평생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으며,
교통사고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그의
미술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교통사고 이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 칼로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다.
그러나 두 번의 이혼 전력과 심각한 여성 편력을
지니고 있던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 칼로와의
결혼 후에도 수없이 외도를 했으며, 그 중에는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끝없이 실망하고 배신감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디에고 리베라를 놓지 못했던 그녀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훗날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 생활을
자신이 당했던 교통사고에 이은 ‘두 번째의 대형
사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프리다 칼로는 고통과 고독, 상실감으로 얼룩진
결혼생활 끝에 폐렴으로 4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임종을 앞둔 프리다 칼로는 일기 맨 마지막 장에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문장을 남겼고, 그 문장은 그대로
그녀의 묘비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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