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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의 명문

명작 속의 명문 / 자기 앞의 생

물아일체 2021. 8. 2. 07:48

"나는 달랑 혼자인데,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로자 아줌마가 내 이름이 모하메드이고

내가 회교도라는 사실을 아는 걸 보면,

내게도 부모가 있고 아무데서나 굴러온 아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엄마가 어디에 있으며, 왜 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것을 물을 때마다 로자 아줌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더러 은혜를 모르는 녀석이라고

했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 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열다섯 살 때의 로자 아줌마는 아름다운 다갈색

머리를 하고 마치 앞날이 행복하기만 하리라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다섯 살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비교하다 보면

속이 상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왜 세상에는 못생기고 가난하고 늙은 데다

병까지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나쁜 것은

하나도 없고 좋은 것만 가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나는 그녀의 몸에 향수를 몽땅 뿌려주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기 위해 온갖 색깔로 그녀의

얼굴을 칠하고 또 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뚱이는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엔 동정심이란 게 없으니까.

진동하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 옆에 누워있었다."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자기 앞의 생(The Life Ahead)'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계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한 사람에게 단 한 번만 시상하는 것이 원칙인

공쿠르상을 로맹 가리는 두 번이나 받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악동 같지만 순수한 세네갈 출신의 열네 살 소년

모모(모하메드)를 통해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과 고독과 사랑을 그린 소설로,

우스우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행복함이 느껴진다.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이지만 모모의 주변에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유태인, 노인, 창녀들처럼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창녀 출신의 유태인 로자 아줌마와 알제리

출신의 하밀 할아버지처럼 모두가 모모를 키워주고

일깨우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모모는 이들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동시에,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는 법을

배워 나간다.

 

사람은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원망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때 자기 앞의 생 또한 사랑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면서 한동안 크게

유행했던 가수 김만준의 '모모'라는 곡의 노랫말인데,

소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人生得一知己 死而無憾 (인생득일지기 사이무감)

살면서 나를 진정으로 알아 주는 사람 한 명만

얻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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