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집사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자신의
지위에 상응하는 품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봉사해 온 세월을 돌아보며,
나는 위대한 신사에게 내 재능을 바쳤노라고,
그래서 그 신사를 통해 인류에 봉사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위대한 집사가
될 수 있다."
"사실 나는 오랜 세월 달링턴 홀에서 그분을
모시면서 세상이라는 바퀴의 중심축에 내가 꿈꾼 만큼
다가갈 수 있었다."
"당시 우리에게 세상은 이 저명한 저택들을 중심축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바퀴였으며, 거기에서 내려진 막강한
결정들이 부자든 가난뱅이든 바깥 주위를 돌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로 퍼져 나간다고 생각했다.
우리 중 직업적 야망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 힘닿는 대로 이 중심축에 다가가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달링턴 경의 노력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했음을 세월이 입증해 주었다고 해서,
어떻게 내가 비난 받아야 한단 말인가?
나는 다만 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지극히 온당하게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따금 한없이 처량해지는 순간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가.'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지요."
"이봐요. 형씨. 맨날 그렇게 뒤만 돌아보아선 안 됩니다.
우울해지게 마련이거든요.
사람은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이오.
나를 봐요. 퇴직한 그날부터 종달새처럼 즐겁게
지낸답니다."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에 나오는
문장이다.
1930년대 영국의 귀족 달링턴 경의 대저택에서
집사로 일해온 주인공 스티븐스가 그의 인생에서
거의 처음인 6일간의 여행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스티븐스는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일을 포기했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던 하녀장
켄턴 양에 대한 감정도 억누르고 떠나 보냈다.
집사로서의 직업정신과 주인에 대한 충직함만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가 모시던 달링턴 경은 1차 대전 이후
재기를 꿈꾸던 독일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채,
우호적인 주장과 행동을 하다가 2차 대전이 터지자
나치 옹호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몰락하고,
대저택은 미국인에게 넘어갔다.
스티븐스는 미국인 새 주인으로부터 휴가를 얻어,
남편과 별거중인 옛 하녀장 켄턴 양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은 20여 년 만에 노년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마주하지만,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담아둔 애틋한 감정을
풀지 못한 채 각자의 일상으로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인생의 황혼녘에 비로소 깨달은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애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개인의 삶과 일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待人春風 持己秋霜 (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정하게 대하라.
줄여서 春風秋霜(춘풍추상)으로 쓰기도 한다.
<명나라 말기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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