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김새는 이 무렵엔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의 특성과 본질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무엇이었다.
영원히 철면피 같고 의심과 냉소가 가득 든 그의
조그만 두 눈 밑에는 고깃덩어리 같은 기다란 자루가
달려 있었으며, 작지만 기름기 좔좔 흐르는 얼굴에는
수많은 주름들이 깊게 잡혀 있었고...
이 때문에 어쩐지 역겨울 만큼 음탕한 그의 인상이
더 배가되었다."
"설령 행복에 다다르진 못한다 해도, 좋은 길을 걷고
계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시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무엇보다 거짓을, 모든 종류의 거짓을, 특히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건, 자신에 대해서건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하십시오."
"천사인 네 안에도 이 정욕의 벌레가 살고 있기
때문에 네 핏속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거야.
아름다움이란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거지.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어떤 사람이, 그것도 고상한
마음씨와 뛰어난 지혜를 가진 사람이
마돈나의 이상으로 시작해 소돔의 이상으로 끝나고
만다는 거야.
이성의 눈엔 치욕으로 보이는 것이 감정의 눈엔
완전히 아름다움이 된단 말이야."
"나는 신을 전혀 반대하지 않아요.
물론 신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요.
그러나 신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해요.
질서를 위해서... 세계의 질서 같은 것을 위해서요...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걸 발명해내기라도
해야겠죠."
"아직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살면서 갖게 된
추억만큼,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숭고하고 강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는 걸 꼭 알아두십시오...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삶 속으로 들어선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이랍니다."
1880년에 발표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이자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의식이 망라된
대작이다.
물욕과 음욕의 상징인 아버지 표도르,
다혈질이고 정열적이지만 순박한 맏아들 드미트리,
냉철한 지식인으로 합리론을 신봉하는 무신론자
둘째 아들 이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독실한 신자 셋째 아들 알료샤,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사생아 넷째 아들 스메르쟈코프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소설은 19세기 후반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집에 오랜만에 아들들이 찾아온 뒤
몇 일 동안에 벌어지는 다섯 가족의 만남과 다툼,
아버지 표도르 살해사건과 재판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아버지를 실제 살해한 것은 사생아 스메르쟈코프이다.
그러나 평소에 돈과 여자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대립하며
죽이겠다고 이야기했던 것은 맏아들 드미트리였다.
둘째 아들 이반은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아버지의
유산에 관심을 품으며 스메르쟈코프에게 살인을 유도했다.
셋째 아들 알료샤는 상황의 위태로움을 감지하고도
그것을 예방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할
뿐이었다.
이들 네 형제는 모두 아버지의 죽음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스메르쟈코프는 자살을 하고,
드미트리는 살인범으로 몰려 유죄를 선고 받으며,
이반은 죄책감에 정신이상이 되고,
알료사는 큰 심적 고통을 받게 된다.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누가 아버지 표도르를 죽였나?'를
묻고 있지만, 그 뒤에는 '무엇이 아버지를 죽게 했나?'
라는 물음을 담고 있다.
전자에 대한 답이 스메르쟈코프라면, 후자에 대한 답은
인간의 탐욕과 방관이라고 할 것이다.
소설은 또한 우리에게 인간은 가족 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신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만이 진정으로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一念之惡天必識 (일념지악천필식)
毋或曰天奚以識 (무혹왈천해이식)
악한 생각 한 가지도 하늘은 반드시 안다.
하늘이 뭘 아느냐고 말하지 말라.
<조선 후기 학자 홍윤석의 문집 이재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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