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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용(龍), 성공의 꿈과 희망을 품다

물아일체 2018. 6. 28. 19:52

우리나라에서는 용을 '미르'라는 고유어로 부르기도 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재단 설립이 문제가 되어 세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용은 황제 또는 왕을 상징하여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이 입는 옷을 곤룡포, 앉는 의자를

용상으로 불렀으며, 세종은 조선 건국의 시조들을 여섯 용에 비유해 칭송한 장편 서사시

용비어천가를 짓기도 했다.

 

중국 사람들은 망자성룡(望子成龍)이라 하여 자식이 용처럼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을 돌본다고 한다그래서 중국인들에게 "망자성룡!(왕츠청롱!)"이라고 덕담을 하면 크게

기뻐한다고 하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사용해 봄직하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에 그 외모나 성격 등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 용은 상서로운 동물 또는 서쪽을 지키는 백호와 함께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용, 즉 드래곤은 태초의 무질서의 상징으로 재앙을 초래하는 괴물

또는 사악한 짐승으로 취급된다.

 

용은 고대 중국의 신화집인 산해경에 처음으로 그 모습이 나오는데,

지금 우리에게 낯익은 용의 모습은 한나라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몸통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했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이러한 묘사는 우스운 얘기지만 용을 그려야 하는 화공들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용 문양의 발톱의 수는 권력의 위계를 나타내 황제의 용은 다섯 개, 왕은 네 개, 제후는 세 개의

발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주역에서는 사람은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일정한 주기가 있다고 보고, 인간의 운명을 물 속의 용이

내공을 키워 물 밖으로 나온 뒤 하늘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다섯 단계로

비유해 잠룡(潛龍), 현룡(見龍), 약룡(躍龍), 비룡(飛龍), 항룡(亢龍)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逆鱗之禍 (역린지화)

상대방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약점을 함부로 건드리면 결국 입는다는 것이 한비자에 나오는 역린지화이다.

 

용은 평소 온순한 동물이지만 자칫 목덜미에 있는 한 자 정도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면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 버린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며 자신의 의견과 지략을 군주에게 설명하고 정치에 참여하던 사람들을 유세객이라 불렀는데, 한비자는 유세객들이 군주의 약점을 잘못 건드리면 목숨마저 잃게 된다며

역린지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역린지화는 오늘날에도 대화나 협상에서 성공여부의 관건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간이나, 상사와 부하직원, 친구 사이에도 상대방의 약점,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관계가 벌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屠龍之技 (도룡지기)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용을 잡는 기술을 힘들게 익혔는데, 용은 전설 또는

상상으로만 존재하기에 현실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이처럼 힘들게 익힌 기술이나 학문이 쓸모 없게 된 것을 도룡지기라고 한다.

 

오늘날 놀랍도록 빠른 기술발전 특히 AI 인공지능의 발전은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도룡지기를

양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은 장래의 진로와 직업을 결정할 때 이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

 

登龍門 (등용문)

중국의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곳이 있는데 물살이 세어 물고기들이 그 곳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더러는 힘이 센 잉어가 그 곳을 뛰어 넘기도 하는데 그런 물고기는 신통력을 얻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등용문은 옛날 과거시험이나 요즘의 사법시험처럼 단숨에 입신양명과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

관문을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말이다.

얼마 전 사법시험이 폐지되어 가정환경이 어려운 젊은이들의 등용문 하나가 사라지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는 조치라고 생각된다.

 

용꿈이 꿈 가운데 최고의 꿈으로 인정받듯이 용에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왔다.

전설과 신화 속의 동물인 용이 첨단산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각종 게임이나 만화영화 등을 통해

사람들과 친숙함을 더하고 있는 현상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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