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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술 한 잔의 미학

물아일체 2018. 6. 10. 09:43

그리스 신화에도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포도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술은 인류가 지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때부터 인류와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초기의 술은 자연에서 쉽게 원료를 구할 수 있었던 과실주였을 것이다.

 

술은 '생명의 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악마의 피'라는 저주의 양면성을 간직한 채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오고 있다. 술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은 이루 형용할 없을 것이다.

특히 문화와 예술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술 할까?" 하는 말은 " 같이 먹자."라는 말과 함께

한국인의 어울림 정서를 가장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라고 있다.

 

논어에 唯酒無量 不及亂(유주무량 불급난), 술은 그 양을 한정하지는 않았으나,

취해서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았다는 글이 있는 것을 보면

공자도 술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리는 데는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을 것이요, 군신과 친구 사이에도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을 것이요, 싸움을

서로 화해 하는 데도 술이 아니면 권하지 못할 것이다." 라며 술을 예찬하면서도  

술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으니 함부로 마지시 말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三盃通大道, 一醉解千愁

(삼배통대도, 일취해천수)

잔에 대도의 이치를 통하고,
취하니 가지 근심이 풀린다.

술꾼들은 , 기분에 술을 마시는 아닐까?

 

渴時一滴 如甘露 (갈시일적 여감로)
醉後添盃 不如無 (취후첨배 불여무)

목이 마를 때 물 한 모금은 이슬처럼 달지만,

술이 취한 후에 한 잔 더 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일차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이차를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에는 한 곳에서

한 종류의 술로 마무리 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若要斷酒法 醒眼看醉人

(약요단주법 성안간취인)

만약 술을 끊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깨어 있는 눈으로 술 취한 사람을 보라

어떤 사람은 술이 취하면 했던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말이 많아져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다가 나중에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야기에서 당나라의 시인 두보와 이백은 빼놓을 없는 인물이다.

두보는 자신은  마시는 외에 다른 취미는 없고, 술을 마신 후에는 시를 짓는다고 했다.

 

李白一斗詩百編 (이백일두시백편)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두보는 이백이 말이면 편을 짓는다며 이백의 실력과 시작(詩作) 능력을 칭찬했고,

이백은 자신의 장진주에서 모름지기 술을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하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백은 술을 마시고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이백과 두보 두 사람 모두 회재불우(懷才不遇), 재주는 있으나

때를 잘못 만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한 불운을 달래기 위해 술을 즐겼던 것 같다.

 

조선 건국 초기에 한양 천도를 주도했던 건국 공신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와의 술자리에서  

새로 지은 궁궐의 이름을 지어 보라는 어명을 받았다.

 

旣醉以酒 旣飽以德 (기취이주 기포이덕)

君子萬年 介爾景福 (군자만년 개이경복)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 불렀으니

군자여, 만 년 동안 큰 복을 누리소서.

정도전은 즉석에서 시경의 싯귀를 인용하며 경복궁으로 할 것을 주청했고 태조가 이를

윤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궁무궁 먹세 그려" 하며

이백의 시 장진주를 모방한 장진주사를 지은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 역시 술을 꽤나 좋아했는데,

결국엔 술로 인해 파직을 당하기도 했다.

 

酒極則亂, 樂極則悲

(주극즉란, 낙극즉비)

술이 과하면 흐트러지고, 즐거움이 과하면 슬퍼진다.

음주운전, 주취폭력 등 술 마시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술은 마시는 사람에 따라서 약이 수도 있고 독이 수도 있다.

또한, 술을 마시는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품위 있게 마시고 절제하는 음주문화가 정착되도록 모두가 협조해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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