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도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포도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술은 인류가 지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때부터 인류와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초기의 술은 자연에서 쉽게 원료를 구할 수 있었던 과실주였을 것이다.
술은 '생명의 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악마의 피'라는 저주의 양면성을 간직한 채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오고 있다. 술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은 이루 다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문화와 예술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술 한 잔 할까?" 하는 말은 "밥 한 번 같이 먹자."라는 말과 함께
한국인의 어울림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에 唯酒無量 不及亂(유주무량 불급난), 술은 그 양을 한정하지는 않았으나,
취해서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았다는 글이 있는 것을 보면
공자도 술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리는 데는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을 것이요, 군신과 친구 사이에도 술이 아니면 그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을 것이요, 싸움을 한 후
서로 화해 하는 데도 술이 아니면 권하지 못할 것이다." 라며 술을 예찬하면서도
술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으니 함부로 마지시 말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三盃通大道, 一醉解千愁
(삼배통대도, 일취해천수)
술 석 잔에 대도의 이치를 통하고,
한 번 취하니 천 가지 근심이 풀린다.
술꾼들은 이 맛, 이 기분에 술을 마시는 것 아닐까?
渴時一滴 如甘露 (갈시일적 여감로) 목이 마를 때 물 한 모금은 이슬처럼 달지만, 술이 취한 후에 한 잔 더 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일차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이차를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에는 한 곳에서
醉後添盃 不如無 (취후첨배 불여무)
한 종류의 술로 마무리 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若要斷酒法 醒眼看醉人 (약요단주법 성안간취인)
만약 술을 끊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깨어 있는 눈으로 술 취한 사람을 보라
어떤 사람은 술이 취하면 했던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말이 많아져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다가 나중에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술 이야기에서 당나라의 시인 두보와 이백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두보는 자신은 술 마시는 것 외에 다른 취미는 없고, 술을 마신 후에는 시를 짓는다고 했다.
李白一斗詩百編 (이백일두시백편)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두보는 이백이 술 한 말이면 시 백 편을 짓는다며 이백의 술 실력과 시작(詩作) 능력을 칭찬했고,
이백은 자신의 시 장진주에서 모름지기 술을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하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백은 술을 마시고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이백과 두보 두 사람 모두 회재불우(懷才不遇), 재주는 있으나
때를 잘못 만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한 불운을 달래기 위해 술을 즐겼던 것 같다.
조선 건국 초기에 한양 천도를 주도했던 건국 공신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와의 술자리에서
새로 지은 궁궐의 이름을 지어 보라는 어명을 받았다.
旣醉以酒 旣飽以德 (기취이주 기포이덕)
君子萬年 介爾景福 (군자만년 개이경복)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 불렀으니
군자여, 만 년 동안 큰 복을 누리소서.
정도전은 즉석에서 시경의 싯귀를 인용하며 경복궁으로 할 것을 주청했고 태조가 이를
윤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궁무궁 먹세 그려" 하며
이백의 시 장진주를 모방한 장진주사를 지은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 역시 술을 꽤나 좋아했는데,
결국엔 술로 인해 파직을 당하기도 했다.
酒極則亂, 樂極則悲
(주극즉란, 낙극즉비)
술이 과하면 흐트러지고, 즐거움이 과하면 슬퍼진다.
음주운전, 주취폭력 등 술 마시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술은 마시는 사람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술을 마시는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품위 있게 마시고 절제하는 음주문화가 정착되도록 모두가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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