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웃음이 사람들의 기분을 바꿔주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처럼 울음도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울음이 웃음과 마찬가지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해에 우울증 환자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는 다이애나의 죽음에 많은 영국인들이 울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
덕분이라고 한다.
어린 아이의 울음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중년 여인의 울음은 말 못할 인생의 회한이 서려있는 듯
하고, 건장한 사나이의 굵은 눈물에서는 무언가 비장한 결심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해
드라마나 유행가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눈물이며 울음이다.
사람들은 보통 슬플 때 울지만 기쁠 때도 운다. 무섭고 불안할 때 울기도 하지만 안도감이 들 때
울기도 한다. 고통스러울 때 울기도 하고 그 고통을 이겨 냈을 때도 운다.
이처럼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우는 것은 울음이 그 만큼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 감정의
표현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울음의 형태에도 종류가 있다.
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고 우는 것은 곡(哭)으로, 슬픔의 극대치를 표현하는 울음이라고 하겠다.
1905년 을사조약으로 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것을 통탄하며 쓴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생각하면 그 슬픔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는 조금 다른 해석도 있는데, 장례 때 상주들이 눈물은 흘리지 않고 "아이고-, 아이고-" 하며
소리만 내며 우는 것을 곡이라 한다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이 극히 불편하던 옛날, 양반집에서는 문상객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장례를 빠르면 30일,
늦으면 100일 동안 계속했는데 곡을 해야 하는 상주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힘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리로써 슬픔을 표현하기는 하되 몸을 생각해 눈물 흘리는 것은 최대한 자제했다는 것이다.
옛날 초상집에는 힘든 상주들을 위해 곡을 대신 해주는 곡비(哭婢)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글로써 다른 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대신 표현해 주는 시인을 곡비라 부르기도 한다.
소리는 내지 않고 눈물만 흘리며 흐느끼는 것은 읍(泣)이다. 흔히 울면서 호소하거나 간청하는 것을
읍소(泣訴)라고 한다.
읍 글자가 들어간 유명한 사자성어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있다. 제갈량이 북벌에 나섰을 때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가정전투에서 위나라에 크게 패한 측근 장수 마속을 눈물을 흘리며 참수했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 체(涕)는 체루탄, 체루가스 등에서 보듯 루(淚)라는
같은 의미의 글자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까지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 때는
경찰의 진압용 체루탄과 체루가스가 난무하고 학생들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기도 했다.
그런 체루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학시절 인연을 맺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니
진보 대통령에 어울리는 재미 있는 사연이다.
명(鳴)은 새는 죽을 때 그 울음이 애처롭다는 鳥之將死 基鳴也哀 (조지장사 기명야애)에서 보듯
주로 새가 우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울음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악어의 눈물이다
악어는 자기 입보다 큰 먹이를 한꺼번에 삼키고 나서 숨을 급하게 들이 쉬는데, 이 때 눈물샘이 눌려
마치 먹이를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악어의 눈물은 슬픈 감정과는 상관없는 거짓의 눈물일 뿐이다.
남자의 평균수명이 여자 보다 짧은 것은 남자가 여자 보다 덜 울기때문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남자는 어려서부터 사나이 대장부는 울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탓이 클 것이다.
한 때 남성용 공중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라는
재미난 글귀의 스티커를 붙여 놓고 변기 밖으로 오줌을 흘리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제 남녀를 불문하고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실컷 울어 보자.
곡이 되었든 읍이 되었든 상황과 여건에 맞추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며 우는 것은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울음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통해 개인은 물론 사회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좋은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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