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낼 때 제주(祭主)는 먼저 향을 사르고
모사기에 강신주를 따르는데, 오늘날 이러한 의식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향을 피우거나 강신주를 따르는
절차를 생략하기도 한다.
전통적 음양론에 의하면 사람이 태어날 때는 하늘의 기운인 혼(魂)과 땅의 기운인 백(魄)을 받아 나온다고 한다. 즉, 혼과 백 두 기운이 합쳐져 사람이 되고, 이 둘이 조화를 이뤄 양의 기운인 혼은 정신적인 일을 하고, 음의 기운인 백은 육체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혼은 소프트웨어, 백은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 혼과 백은 한 덩어리지만 죽으면 다시 나뉘어져 그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혼은 하늘로 날아 올라 가고, 백은 땅으로 스며들어 흩어진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매우 놀라서 넋을 잃었을 때 혼비백산 (魂飛魄散) 했다고 말하는 것도 여기서 유래된 표현이다. 제사 때는 혼과 백을 함께 모시기 위해 향을 피우고 모사기에 술을 붓는다. 향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서 조상의 혼을 모셔오고, 모사기의 술은 땅으로 스며들어 백을 불러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이 늙거나 오랜 투병생활로 심신이 쇠잔해지면 그 동안 몸 안에 합쳐져 있던 혼과 백은 서서히 분리해서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혼과 백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그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우리는 그 순간을 "죽었다",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것이다. |
옛사람들은 북두칠성이 생사를 주관하고,
죽은 사람들의 혼이 머무는 별이라 하여 신성시했다.
장례를 치를 때 죽은 시신을 올려놓는 판을 칠성판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전통 장례에서 사람이 죽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북쪽을 향해 망자의 옷을 흔들며
큰 소리로 "복(復)!, 복(復)!, 복(復)!"을 외쳐 북두칠성을
향해 떠나가는 망자의 혼을 다시 돌아 오라고 부르는
초혼(招魂) 의식이었다.
그럼에도 망자가 소생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사람이 교통사고 또는 전쟁이나 익사, 살해 같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갑자기 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혼과
백이 미쳐 분리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의
원인에 의해 비정상적, 강제적으로 분리가 되면 혼과
백은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혼백의 억울함을 위로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