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1571 - 1610년)는 르네상스 회화를 마감하고
바로크 미술 시대를 개척한 이탈리아 화가이다.
그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지만,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거장인 미켈란젤로와 이름이 같아서 본명보다는
출신지역의 이름을 딴 카라바조라는 이명(異名)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카라바조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늘 논란과
화제를 몰고 다녔다.
다혈질이었던 그는 폭행으로 수차례 감옥을 드나들었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고 처벌을 피해 도망자로 살다가
교황의 사면을 받기 위해 로마로 가던 중 말라리아에
걸려 38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빛과 그림자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킨 카라바조 그림의
작품성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
강렬하고 극적인 묘사가 두드러진 그림이다.
꽃병에 꽂힌 장미꽃을 만지다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도마뱀에게 손가락을 물려 깜짝 놀라는 소년을 그렸다.
이는 짧은 감각적 쾌락 뒤에 숨어 있는 예상치 못한
고통을 은유한 것으로, 소년의 귀에 꽂힌 장미와 꽃병의
꽃 역시 곧 시들어 사라지는 덧없음을 보여준다.
벌어진 붉은 입술, 드러난 어깨, 장미를 꽂은 풍성한
머리카락이 유혹적이다.
< 의심하는 도마 >
열 두 제자 중 도마(Thomas)는 예수의 부활을 목도하지
못해 이를 믿지 않았으나, 예수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나서야 믿게 되었다는 요한복음 20장
24절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예수는 오른손으로는 수의를 젖히고 왼손으로 도마의
손목을 잡아 그가 검지손가락으로 창에 찔린 자신의
상처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손이 그림의 중심이 되고 있다.
< 다윗과 골리앗 >
구약성경 사무엘상 17장 51절~52절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다.
평범한 다윗과 골리앗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카라바조는
다윗의 얼굴에는 젊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고, 목이 잘린 골리앗의 얼굴에는 현재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젊은 카라바조가 현재의 타락한 카라바조를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는 성찰의 그림이라고 하겠다.
< 유디트 >
구약성서의 외경 '유디트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다 여인'이라는 뜻의 유디트는 이스라엘의 젊은
과부였다.
그녀는 아시리아군이 이스라엘을 침략하자 적장인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에 취하게 만든 뒤, 그 목을
잘라 유대인의 사기를 높이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영웅적 여인이다.
카라바조는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죽이는 유디트를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소녀로 그려내며 팜므 파탈의
전형처럼 표현했다.
< 젊은 바쿠스 >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으로 알려진 바쿠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술잔을 든 바쿠스의 손톱에 때까지 그려 늘 품위 있게
묘사되던 신을 일반인들의 모습으로 그렸다.
바쿠스 앞에 놓인 과일들은 얼핏 보면 탐스럽지만,
자세히 보면 신선함을 잃어가고 있다.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허무함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병든 바쿠스 >
바쿠스의 안색이 좋지 않다.
입술과 눈두덩은 푸르스름하고 볼은 창백하다.
고개를 살짝 틀어 관람자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 속 바쿠스는 카라바조의 자화상이다.
고아였던 카라바조가 밀라노에서 로마로 이주했을 때
심각한 병이 들어 극빈자 구호 병원에 입원했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 나르키소스 >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 죽은 뒤 수선화가 된 미소년이다.
그러나 그림 속 나르키소스는 수려한 외모가 아니라
궁핍한 모습으로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카라바조 자신으로 보인다.
어두운 배경과 물 속에 비친 어두운 화면은 카라바조
자신에게 닥쳐올 비극을 암시하는 듯하다.
< 여자 점쟁이 >
여자 점쟁이에게 젊은 남자가 손금을 보고 있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깃털 달린 모자와 화려한 옷차림의 부유한 남자는 집시
점쟁이에게 손을 맡긴 채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라바조는 그림에서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생략한 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 메두사의 머리가 있는 방패 >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메두사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아테나 신전에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그 장면을 본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려 끔찍한 괴물로 변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메두사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그대로 굳어 돌이 되게 하는 마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아테나 여신은 영웅 페르세우스를 시켜 메두사를
죽이고, 그 머리를 잘라 자신의 방패에 붙여 적을
꼼작 못하게 하는 무적의 '아이기스(Aegis)' 방패로
만들었다는 그리스 신화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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