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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피터르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물아일체 2023. 12. 25. 00:00

Merry Christmas!

성탄절은 기독교인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기념일이다.

 

16세기 플랑드르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은 성경 이야기를 자신이 살던 시대에 빗대

그림을 그린 걸로 유명하다.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역시 성경 누가복음 2장에

나오는 "이때 가이사가 () 내려, 모든 사람들이

호적을 하러 고향으로 돌아가매, 요셉도 정혼자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호적을

하러 올라가니... ."라는 내용을 소재로 하였지만,

배경은 베들레헴이 아니라 화가가 살았던 16세기

플랑드르 지방이다. 

 

 

눈이 내린 겨울날 저녁, 사람들이 그림 왼쪽의 여관

건물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내린 칙령에 따라 호적

신고를 하기 위해 고향 베들레헴에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베를레헴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

예수가 태어나기 직전의 상황을 16세기 네덜란드의

풍경에 그려 놓은 것이다.

 

여관 문 앞에서는 세무관리가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며 세금을 받고 있고, 창을 든 병사가 옆에서

지키고 있다.

 

 

여관의 앞쪽 벽에는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쌍두(雙頭) 독수리 문장이 걸려 있어 이곳이

스페인 펠리페 2세의 지배를 받는 네덜란드임을

알려주고 있다.

 

200여 명에 달하는 등장 인물 중에는 마리아와

요셉도 있다.

그림 가운데 있는 이들은 나사렛을 떠나 지금 막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당나귀를 탄 만삭의 마리아는 파란 망토를 머리까지

썼는데, 얼굴에는 먼 길을 온 피로감이 역력하다.

화가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머리에 후광을

그려넣지 않고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얼굴 조차 보이지 않는 요셉은 자신이 목수임을

나타내는 톱을 어깨에 멘 채 당나귀와 소를 끌며

여관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요셉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여관방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마리아는 그날 밤 허름한 마구간에 머물 수 밖에

없었고, 그 곳에서 아기 예수를 낳게 된다.

이렇듯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는 예수 탄생이라는

인류사 최대의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정중동

(靜中動)의 국면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하겠다. 

 

 

한편, 그림 속 마을 사람들은 술통이나 장작을 수레에

싣거나 돼지를 잡아 요리를 준비를 하는 등

강추위 속에서도 각자의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꽁꽁 언 빙판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팽이를 치고

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고, 멀리 뒤쪽에 보이는

술집 앞에는 술을 마시러 온 남자들이 줄을 서 있다.

 

브뤼헐이 1566년에 그린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는 

당시 플랑드르 사람들의 복식, 음식, 풍습, 기후,

종교 등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인류학

보고서와 같은 귀중한 그림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