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오직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영국 런던 외곽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칼 마르크스(1818 - 1883년)의 묘비문으로, 그의 사상을
담고 있다.
묘비문의 앞 문장은 그가 남긴 잡기장에서 따왔으며,
뒷문장은 친구이자 동료인 엥겔스와 함께 쓴
<세계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다.
1999년 영국의 BBC에서는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사상가는 누구인가?"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조사 결과 1위에는 칼 마르크스,
2위 아인슈타인, 3위 뉴턴, 4위 찰스 다윈, 5위 토마스
아퀴나스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철학, 심리학,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철학자로서 마르크스는 헤겔의 영향을 받아 역사적
유물론을 제시했으며, 경제학자로서 마르크스는
아담 스미스의 영향을 받아 잉여가치설을 제시했다.
그리고 혁명가로서의 마르크스는 로버트 오웬의
영향을 받아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시했다.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한 마르크스는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해외로 추방되었고,
파리에서 평생의 동지가 될 엥겔스를 만나 1848년
<세계 공산당 선언>을 함께 발표했다.
1849년 영국으로 망명한 마르크스는 극도로 가난한
생활에 시달렸는데, 엥겔스는 그런 마르크스를 무려
10년 동안이나 경제적으로 도와 주었다고 한다.
마르크스는 런던에서의 힘든 생활 속에서도 혹사당하는
가난한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자본론>을 썼다.
<자본론>은 1867년 1권이 출간되었고, 2권과 3권은
마르크스가 죽은 뒤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유고를 모아
1885년과 1894년에 각각 발간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쓴 이유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늘 가난하고, 놀고먹는 자본가들은
점점 부자가 되는 당시 산업혁명 초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자본론>은 150년 넘게 전 세계 도서계에서 빠짐 없이
추천도서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1980년대 말까지 불온서적으로 금서 취급을 받았으며,
민주화운동 이후에 규제는 풀렸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본론>을 읽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1881년 아내 예니를 잃고, 2년 후에는 딸마저 죽자
마르크스는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1883년
3월 14일 런던에서 65살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엥겔스는 추도사에서 "마르크스에게 반대자는 많았으나
개인적인 적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의 이름은
수백 년이 지나도 살아 있을 것이며, 그의 저서 또한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구 소련을 비롯한 지구의 1/3은 마르크스
사상의 실험장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공산주의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마르크스의 주장은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세계사적
과정과는 분명히 거리가 먼 부분이 많다.
하지만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제고함으로써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인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부단히 대항해나갈 것을 강조한 마르크스의 정신만은
유효하다고 하겠다.
< 마르크스의 순애보 >
마르크스는 7년여 동안 사귀어 오던 약혼녀 예니 폰
베스트팔렌과 결혼했다.
그들은 약혼기간 동안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편지들은 세계 서간문학사상 빼놓을 수 없는
열정적인 명문으로 남았다.
예니는 마르크스 개인 뿐만 아니라, 그의 이념까지도
사랑한 동지였다.
결혼 후에도 그들은 일생 동안 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떤 용건이었든 거기에는 반드시 사랑의 확인을
덧붙였다고 한다.
마르크스 보다 2년 먼저 죽은 아내 예니의 묘비에는
"칼 마르크스의 절반 여기에 잠들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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