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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문을 통해 본 명사들의 삶

묘비문을 통해 본 명사들의 삶 /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

물아일체 2023. 2. 20. 05:00

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공동묘지에 있는

스탕달의 묘와 묘비)

 

"밀라노 사람 앙리 벨.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스탕달의

묘비문이다.

작가였던 그의 인생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으로,

자신의 후회 없는 삶을 표현한 아름다운 묘비문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기'에 남긴 문장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떠올리게 한다.

 

스탕달은 프랑스인이지만  묘비에 '밀라노 사람'이라

새긴 것은 그의 외가가 이탈리아 명문 가문으로,

평소 스탕달 자신이 이탈리아인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이탈리아에 오랜 기간 머물기도

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스탕달의 본명은 '앙리 벨(Henri Beyle)'이며,

`스탕달`은 그가 사용했던 170여 개의 필명 가운데

하나로, 프러시아의 작은 마을 이름 '슈텐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1830년 발표된 '적과 흑'은 스탕달의 대표작이다.

신분 상승을 꿈꾸던 청년 줄리앙 소렐의 출세와 사랑,

그리고 몰락을 다룬 소설로,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명작으로 평가 받는다.

 

소설의 제목 '적과 흑'에서 '적()'은 군복을, '흑()'

사제복을 상징한다.

이것은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 사회에서 평민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군인이 되거나 사제가 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스탕달은 “내 소설은 100년 후 독자들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적과 흑'은 그의 생전에는

주목 받지 못하다가 19세기 후반에야 재조명을 받았다.

            

                         < 스탕달 신드롬 >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란 뛰어난

예술작품을 접했을 때 심장 박동이 빨라져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고, 현기증을

느끼기도 하며, 심지어 졸도하는 등 평소와 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스탕달이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미술 작품을

감상하던 중 경험한 심리적 현상에서 유래했다.

당시 스탕달은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

초상화를 보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었으며,

그 증상이 한 달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하는 16 -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화가 귀도 레니의 그림 '베아트리체 첸치')

 

베아트리체 첸치는 16세기 이탈리아에 실존했던 귀족

프란체스코 첸치의 딸로, 그 미모가 빼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는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가족들에게 폭행을 일삼았고, 급기야 14살의

아름다운 베아트리체를 겁탈까지 했다.

 

견디다 못한 베아트리체와 가족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고로 위장했다.

그러나 진상이 곧 밝혀져 가족들은 모두 체포되었고,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연루자들은 사형에 처해졌다.

그 때 그녀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