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카이사르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었고,
그러니 죽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 바냐, 이반 일리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언제 자리를 비워줄
것인지, 그래서 자신의 존재 때문에 산 자들이 겪어야
하는 구속을 없애주고, 그 자신 또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인지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두들 이반 일리치는 병이 들었을 뿐
죽는 것은 아니며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좋아질 거라는 빤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남은 건 점점 더 지독해지는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이반 일리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벌일 때면 '거짓말은 그만둬. 내가 곧 죽는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제발, 거짓말만은
좀 그만둬.'라고 여러 번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이상하게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공적 업무에서 느끼는 기쁨은 자존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고, 사교생활에서 느끼는 기쁨은
허영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활기라고는 없던 공직 생활과 돈에 대한 걱정,
그렇게 보낸 1년, 2년, 그리고 10년, 20년.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생기를 잃었다.
나는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상상했지만 사실은
일정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던 거야."
"병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러니까 처음 의사를
찾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반 일리치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마음을 끊임없이 오가며 살아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죽음을 기다리는 절망감이
하나였고, 자기 몸의 기능을 열심히 관찰하면 회복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또 다른 하나였다."
"다 끝났습니다.' 누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끝난 건 죽음이야. 이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이반 일리치는 숨을 훅 들이마시다가 그대로 멈추더니
몸을 축 늘어뜨리며 숨을 거두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로,
죽음 앞에 서 있는 한 인간의 두려움, 혼란, 좌절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삶의 궁극적인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이반 일리치는 법률학교를 나와 성실히 일하며
고등법원 판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할 새집을 단장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다치게 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갔고, 결국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살아온 삶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아가며 죽음을 맞게 된다.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 보게 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리해야만 평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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