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아름다운 여신인
'삼미신'은 제우스의 딸들로, 아프로디테(비너스)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며, 각기 순결, 사랑,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엄격한 기독교 윤리가 지배하던 중세와 근세 초기에는
화가들이 여인의 누드를 그릴 수 없었고, 단지 신화나
성경과 관련된 누드화만이 가능했다.
따라서 '삼미신'은 누드화를 그리려는 화가들에게
즐겨 차용되는 테마가 되어 많은 그림에 등장하게
되었다.
< 보티첼리의 봄 >
'봄(Primavera)'은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대표 작품인데, 이 그림에도 삼미신이 등장한다.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와 그의 아들 큐피드가
가운데 있고, 왼쪽 가장자리에 샌들과 날개 달린
모자 차림을 한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봄소식을 전한다.
그 옆으로 삼미신이 자리했다.
삼미신 가운데 등을 보이는 여신은 규피드가 쏜 화살을
맞아 헤르메스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은 요정 클로리스가 꽃의 여신 플로라로 변하는
장면이다.
클로리스에게 반한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그녀를
잡으려 하고 있다.
땅과 나무 곳곳에 봄의 꽃과 식물들이 가득하고 만물이
생동하는 완연한 봄 풍경이다.
< 라파엘로의 삼미신 >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로는 곡선과 색채의
미묘함을 이용해 여신들에게 청순하면서도 우아한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그림 속 삼미신은 각자 사과를 손에 쥐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사과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등을 보이는 여신은 은혜를 베푸는 시혜(施惠)를
의미하는 작은 사과를 들고 있고, 다른 두 여신은
은혜에 보답하는 보은(報恩)을 나타내는 조금 큰
사과를 들고 있다. 받은 은혜를 갚을 때는 더 크게
갚아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 한스 발둥의 삼미신 >
16세기 독일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 한스
발둥의 삼미신은 매끈하고 유려한 선으로 이루어져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림에 류트나 비올라가 그려진 것은 이들 삼미신이
음악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상징한다.
두 여인은 책을 들고 있는데, 이들이 음악만이 아니라
지적 능력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한다고 하겠다.
< 루벤스의 삼미신 >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렘브란트와 함께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루벤스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이 그린 삼미신에 비해
풍만한 신체와 다이내믹한 율동감이 두드러진다.
루벤스는 첫 아내와 사별한 뒤 50을 넘긴 나이에
자기보다 무려 서른일곱 살이나 어린 엘레나 푸르망과
재혼했다. 결혼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부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루벤스는 이 그림의
왼쪽 여신은 재혼한 현재의 부인 엘레나 푸르망을,
오른쪽 여신은 사별한 전 부인 이사벨라 브란트를
모델로 했다.
< 브라크몽의 삼미신(양산을 쓴 세 여인) >
프랑스 인상주의 3대 여류 화가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화가 마라 브라크몽이 그린 '삼미신'이다.
19세기에 들어와서 미술의 관심은 신화적인 데서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이 그림 속 주인공 삼미신은 현실 속의 여인들로,
양산을 쓴 세 여인은 완전히 현대적이고 패셔너블한
파리의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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