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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낭중지추(囊中之錐)를 기다릴 것인가, 모수자천(毛遂自薦) 할 것인가

물아일체 2022. 9. 6. 07:40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남의 눈에 띄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모수자천(毛遂自薦)' 모수가 자기 자신을

천거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자신을 추천하거나 자진해서

나서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사마천이 쓴 '사기 평원군열전'에는

'낭중지추'와 '모수자천'이라는 상반되는 의미의

고사성어가 동시에 연유하게 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쟁이 일상화 되고 나라의 생존이 불확실했던 전국시대

말기에는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일부 왕족들은

수천 명의 인재를 자신의 집에서 식객으로 거느렸다.

 

그 대표적 인물이 제나라의 맹상군, 조나라의 평원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으로,

이들은 전국 사군자 또는 전국 사공자라고 불렸다.

 

기원전 3세기, 조나라는 막강한 진()나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재상인 평원군을 초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하는

사신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에 평원군은 자신의 식객 가운데서 스무 명을 선발해

동행할 예정이었는데, 열아홉 명은 쉽게 뽑았으나

나머지 한 사람을 뽑지 못해 고심했다.

 

이때 '모수'라고 하는 식객이 나서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자 평원군이 모수에게 말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남의 눈에

드러나는 법인데, 나는 그 동안 당신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소."

 

이에 모수가 대답했다.

"그것은 나리께서 그 동안 저를 주머니 속에 넣질

않았으니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를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신다면 송곳 끝 뿐만

아니라 자루까지 내보이겠습니다."

 

재치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수의 답변에 만족한

평원군은 모수를 스무 번째 수행원으로 선발해 초나라로

떠났다.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 일행은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모수의 뛰어난 언변 덕분에 국빈으로

환대를 받으며 십만 명의 지원군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모수 덕분에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평원군은 

"삼촌지설 강우백만지사(三寸之舌 强于百萬之師),

모 선생의 세 치 혀가 백만 대군 보다 강하오.

나는 다시는 겉모습만을 보고 함부로 인재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하며 모수의 공을

치하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던 모수가 스스로를 천거하지 

않았다면 결국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고, 조나라는 진나라의 침입을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 보지 못했던 주군에게 스스로

자신을 추천한 모수의 용기와 적극성도 대단하거니와

그를 믿고 수행원으로 선발한 평원군의 사람 보는 안목

또한 돋보이는 일화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나서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는 낭중지추는 겸손의 미덕이고,

모수자천은 잘난 척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실력도 없는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자만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실력을 갖추고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이제는 옛날처럼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해서는 부족하고,

자신의 역량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자기PR의 시대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을 알아주겠지 하며 마냥 기다리는 '낭중지추'의

신념보다는 스스로를 제대로 알리려는 '모수자천'의

적극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