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成散敗 萬古正理
(합성산패 만고정리)
합치면 이루고 흩어지면 패한다.
이는 만고의 정한 이치이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여순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서문에 나오는 문장으로, 서울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에 가면 돌에 새겨진 이 글을 볼 수 있다.
새삼 이 문장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얼마 전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합성산패"를
인용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당부했다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에 겪었던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염두에 둔 메시지인 것 같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의 혼란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연설의 문장 또한
안중근 의사의 "합성산패"와 같은 의미라고 하겠다.
위기 극복을 위한 결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
문장의 원조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함께 하지 않으면 죽는다(Join or Die)"라는 제목의
정치 만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거리두기와
사적 모임 제한이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세간에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 명언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말로 바뀌어서
풍자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위기를 앞에 두고 내부 분열과 갈등은 치명적이다.
나라든 정당이든 기업이든 그 멸망과 쇠락은 대부분
외부의 충격이 결정적이지만, 그에 앞서 항상 내부의
분열이 있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였던 고조선이 한 무제의 침입을
맞아 내부 분열로 자멸하고, 광대한 요동 지역까지
세력권에 두었던 고구려 역시 연개소문이 죽은 뒤
그 아들간의 갈등으로 당나라 군대에 맥없이 무너진
일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중국의 명산 상산에 산다는 전설 속의 뱀 솔연은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구해주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구해주고,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구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상산의 솔연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또는 조직도 이와 같아서 그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 아래 하나가 되어 서로를 지켜 준다면
어떤 위기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대선을 채 오십 일도 남겨 놓지 않은 이 시점에
나라가 이념, 세대, 성별, 계층, 지역간의 갈등으로
사분오열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 핵 문제는 답보상태이고,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는 불편하며,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있어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
정치권은 국민 통합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며,
국민들 또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아직은 한겨울이지만 머지 않아 봄이 올 것이다.
국민 모두가 단결하고 힘을 모아 올 봄에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구절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봄다운 봄을 맞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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