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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운다

고전에서 배운다 / 항우와 유방, 윤석열과 이재명

물아일체 2022. 1. 11. 08:35

이재명과 윤석열 두 유력 대권 후보가 건곤일척의

일합을 겨루는 대선이 오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피 말리는 대권 경쟁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역사적 장면이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가 기울고 한나라가

새로운 왕조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투었던

항우와 유방의 초한전쟁이 그것이다.

 

출신부터 성격까지 판이하게 달랐던 초한전쟁의 두 주역

항우와 유방의 모습에 2022년 대선 정국을 달구고 있는

윤석열과 이재명 두 후보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투영된다.

 

유방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된

이름 조차 갖지 못했던 흙수저였다.

'유방'이라는 이름은 황제가 된 이후에 붙여진 것이며,

그 이전에는 사람들이 그를 '유계'라고 불렀는데,

이는 '유씨 집안의 작은 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항우는 초나라의 명장 항연과 항량을

조부와 숙부로 둔 명문 귀족 가문 출신으로,

힘이 세고 재능과 식견도 높은 금수저였다.

 

유방의 성격은 온후한 듯 음험하고 오만했다.

그는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술을 좋아했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를 즐기는 건달이었다.

자신이 약하다 싶으면 체면과 자존심도 기꺼이 버리고

납작 엎드려 비굴한 모습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위기에서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오만해져

마치 사람들의 발에 밟혀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잡초와 같았다.

 

항우의 성격은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의심이 많고

자존심이 강했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최후의 해하전투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탓이 아니다."라며

자기반성을 거부했다.

또한, 해하전투에서 패했을 때 일단 강동으로

퇴각했다가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지만,

항우는 결코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자존심이 강했다.

 

유방은 호색가로, 부인 여치(여태후) 외에도 주변에

여인들이 늘 있었고, 그들과의 사이에 자식을 낳기도

했다.

유방의 호색행위는 부인 여태후를 중국 4대 악녀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항우의 일생에는 일거양득의 고사성어를

낳게 했던 우희(우미인) 단 한 명의 여인만이 있었다.

항우는 우희를 전쟁터까지 데리고 다니며 보살폈고,

해하에서 자살로 두 사람이 이별할 때까지 

늘 함께 했다.

 

유방은 자신의 처지와 약점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은 무조건 받아들였다.

한신, 경포, 팽월 같은 장군들은 원래 항우 밑에 있다가

유방에게 귀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유방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전쟁이 끝나자 비정한 유방으로부터 토사구팽의

죽임을 당했다.  

 

반면에, 항우는 세력의 규모나 전투력을 볼 때 유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 우위에 있었고,

자만심이 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았고,

허리를 굽힐 줄 몰랐다.

그래서 항우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며,

유일한 책사 범증 마저 떠나 보내고 고립무원이 되었다.

 

전쟁 막바지에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유방과 항우는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항우는 포로로 잡고 있던 유방의 아버지와

유방의 부인 여치를 풀어주고 철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방은 철군하지 않고 퇴각하는 항우를 쫓아가

뒤통수를 쳤다. 야비한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유방은

해하에서 항우의 군대를 포위했고, 항우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개인 능력과 모든 조건이 우월했던 항우는

7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해하전투 단 한 번의 패배로 거의 손에 쥐었던 천하를

유방에게 빼앗기고, 서른 한 살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한국판 초한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202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출신과 성격 또한 유방과 항우 만큼이나

판이하다.

 

이재명은 스스로 빈천한 가정 출신이라 어두운 면이

많다고 고백할 만큼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데 반해,  

윤석열은 한국의 대표적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이재명은 논란이 될만한 일이 생기면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한다. 물론 그 사과에 진정성이 얼마나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논란이 이슈화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는 효과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윤석열은 논란의 진위를 파악하고 잘잘못과

책임질 부분을 신중하게 따지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의 검사생활이 몸에 밴 탓으로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유방은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키우는데 성공했기에

천하를 얻었고, 항우는 타고난 장점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해 천하를 잃었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역시 남은 기간 동안

누가 더 자신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키우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칼 마르크스의 말이다.

오십여 일 뒤 대선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윤석열과 이재명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승리하고,

다른 한 사람은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칼 마르크스의 말을 기억한다면 이겼다고

마냥 기뻐할 일만도 아니고, 졌다고 슬퍼할 일만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역사의 일부분으로서 두 사람의 인생 또한

희극과 비극 또는 비극과 희극으로 반복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