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갖고 있다.
또한 그들은 누구를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데, 특히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의 바람기는
유명하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신이나 님프나 여인을 보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부지런히 인연을 맺었다.
제우스는 이미 부인 헤라가 있었던 까닭에 이 모든
인연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불륜이지만,
제우스는 자신의 주특기인 다양한 변신술을 활용해
외도를 이어갔다.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같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간 영웅들은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사생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제우스 신의 바람기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의식과
생활에도 영향을 주어 여자가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가게 되면 가족들은 그녀를 제우스가 데려갔다고
둘러댔다.
또한, 제우스를 모시는 신전에는 많은 고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미혼 여성들이 사생아를
낳을 경우 그 아이의 아버지가 제우스라고 우기며
아이를 신전에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1)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황금비를 맞는 다나에>
다나에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이다.
외손자가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왕은 딸 다나에가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높은 탑에
가두고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제우스는 황금 비로 변신해 탑에 스며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고, 다나에는 얼마 후 아들을
낳게 되니 그가 페르세우스이다. .
신탁을 두려워한 왕은 딸 다나에와 어린 외손자
페르세우스를 광주리에 넣어 바다에 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 남았고,
페르세우스는 바다의 괴물 메두사를 죽이고
안드로메다와 결혼을 하는 등 영웅으로 성장한다.
어느 날 길을 가던 페르세우스는 우연히 원반던지기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가 던진 원반이 실수로
경기를 관람 중이던 왕 아크리시오스, 즉 자신의
외할아버지의 머리에 명중해 즉사하게 되었다.
외손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이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신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림에는 등장하는 인물이
다나에 옆에서 앞치마를 벌려서 떨어지는 황금비를
받으려 하는 노파다.
티치아노가 이 나이 많은 노파를 다나에 바로 옆에
그려 넣은 것은 다나에를 더욱 젊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이다.
(2)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 클림트가 그린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다나에가 제우스를 상징하는 쏟아지는 황금비를
받아들이려 몸을 도사리고 있다.
탑 속에 감금된 다나에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정사각형의 화면에 다나에를
꽉 채워 넣었다.
매우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를 보여 주는 그림으로,
다나에는 마치 태아가 된 것처럼 잔뜩 웅크린 채
무언의 긴장감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3) 구스타브 모로의 <에우로페의 납치>
제우스는 꽃을 따러 해변에 나온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Europe)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제우스는 하얗고 멋진 황소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를 등에 태운 후 바다로 뛰어 들어
한참 동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에우로페가 황소를 타고 돌아다녔던 지역을
훗날 사람들은 '유럽(Europ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제우스와 에우로페는 마침내 크레타 섬에 정착했고,
그 곳에서 세 아들을 낳았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미노스이다.
그는 훗날 크레타의 왕이 되어 그리스 최초의 문명인
미노스 문명을 일으켰다고 한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 모로의 <에우로페의 납치>는
동화적인 구성에 부드러운 색채와 질감을 보여준다.
소에 올라탄 에우로페의 표정에선 납치당하는 여성의
긴장과 두려움보다 사랑에 빠진 여성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엿보인다.
에우로페와 더불어 힘차게 도약하는 황소의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다.
(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레다와 백조>
레다는 스파르타의 왕비였는데, 어느 날 호수에서
목욕을 하는 광경을 본 제우스가 그녀에게 접근했지만
레다는 두려워하며 도망을 갔다.
이에 제우스는 레다가 좋아하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를 유혹했고, 결국 사랑을 나누게 된다.
제우스와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딸 헬레네는
뛰어난 미모로 스파르타의 왕비가 되었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여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레다의 엉덩이를 백조가 한쪽 날개로 감싸 안고,
긴 목을 레다의 어깨 위로 높이 쳐들어 사랑의
눈으로 레다를 바라본다.
레다는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피하면서도 꽃을
든 왼손으로 백조를 포옹하면서, 오른손으로
백조의 목을 애무하고 있다.
(5)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
코레조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다.
제우스는 어느 날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제우스는 이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오는
그에게서 도망을 간다.
제우스는 도망가는 이오에게 어둠의 장막을 내렸고,
이오는 제우스에게 잡히고 만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오를 달래기 위해 제우스는
구름으로 변신해 이오와 사랑을 나눈다.
그림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제우스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이오를 껴안고 있고, 이오의
왼손은 구름의 손을 잡고 있다.
이오의 입술 위에 있는 구름을 자세히 보면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제우스의 손길에 수줍음을 느낀 이오는 얼굴을 살짝
돌리고 있지만, 황홀감에 홍조를 띠고 있다.
(6)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가니메데스의 납치>
제우스는 여인들하고만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 루벤스가 그린
<가니메데스의 납치>는 세계 최초의 동성애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리스 신화에 동성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고대 크레타 섬 사람들이 자신들의 동성애 풍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창조해 낸 때문이라고 한다.
가니메데스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으로,
트로이의 왕 트로스의 아들이다.
산에서 양 떼를 돌보고 있는 가니메데스의 모습에 반한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신해 그를 납치해 올림포스로
데려 갔다.
제우스는 가니메데스를 곁에 두고 사랑을 나누며
술 시중을 들게 했다.
훗날 제우스의 시중 드는 일을 그만둔 가니메데스는
하늘로 올라가 물병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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