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의 행적을 고하노라.
길가메시, 이 세상 모든 걸 알았고,
모든 일들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모든 문제에 현명했던 사람이다!"
"길가메시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종을 울린다.
그의 방자함은 밤낮으로 끝이 없구나.
그가 아이들까지 모두 빼앗아 가니
아들이 아버지 곁에 남아 있질 못한다...
그러나 그가 바로 슬기롭고, 관대하고, 단호한,
도시의 목자란다."
"나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함께 괴물을 찾으러 간다...
내가 향나무 숲에 들어가 그를 정복하고 우루크의
아들들의 힘을 보여주면 온 세상이 이 일을 알게
되리라."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엔키두,
모든 모험을 나와 함께 겪어낸 그를 인간의 운명이
덮쳤다. 낮이나 밤이나 나는 그를 위해 울었고,
그를 결코 땅에 묻으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의 친구가 나의 통곡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나의 동생 엔키두로 인해 나는 죽음이 무서워졌다.
나의 동생으로 인해 나는 광야를 헤매게 되었다.
그의 운명이 내게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그는 먼지가 되었고, 나 역시 죽어 땅 속에 영원히
묻히게 될 것이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길가메시여, 어디로 급히 가려고 하십니까?
당신은 생명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들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그들은 죽음을 인간의
몫으로 나누어 주었고,
생명은 자신들의 몫으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길가메시여, 좋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십시오.
낮으로 밤으로 춤추며 즐기십시오.
잔치를 벌이고 기뻐하십시오.
깨끗한 옷을 입고 물로 목욕하며
당신 손을 잡아 줄 어린 자식을 낳고,
아내를 당신 품 안에 꼭 품어 주십시오.
이러한 일들만이 인간이 가질 운명입니다."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마세요.
우리의 볼일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순례자와 같이 우리는 정해진 곳을 향해 간답니다.
세상은 하나의 여인숙이며 죽음은 여행의 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편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문장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000 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의 모험과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길가메시가 폭정을 일삼자 신들은 그를 견제하기 위해
'엔키두'를 보냈는데, 두 사람은 처음에는 싸웠지만,
이내 친구가 되어 함께 괴물들을 물리치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엔키두가 먼저 죽음을 맞게 되었고,
길가메시는 자신 또한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영생의 비법을 구하러 여행길에 나서지만, 결국
부질 없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영웅의 삶도 소시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모든 인간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다가 허무하게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가장 위대한 서사시라고 평가했다.
人生一世 草生一春 (인생일세 초생일춘)
來如風雨 去似微塵 (래여풍우 거사미진)
사람은 나서 한 세상, 풀은 돋아 봄 한철
폭풍우처럼 왔다가 티끌처럼 떠나간다. <증광현문>
클래식 클래스
'명작 속의 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작 속의 명문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0) | 2021.04.26 |
---|---|
명작 속의 명문 / 월든 (0) | 2021.04.22 |
명작 속의 명문 / 주홍 글자 (0) | 2021.04.15 |
명작 속의 명문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0) | 2021.04.12 |
명작 속의 명문 / 앵무새 죽이기 (0) | 2021.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