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당신에게 많은 것을 베푼 거예요.
하지만 주었던 것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는 것도 신이죠.
당신이 정말 완벽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것도 몇 년
남지 않았을 거예요.
젊음이 사라지면 당신의 아름다움도 함께 사라져
버리는 거죠."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는 점점 늙어서 끔찍하고
흉측해지는데, 이 초상화는 늘 이렇게 젊은 모습
그대로 일 테니...
반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가면 좋을 텐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
"그는 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느꼈다.
아니 이미 선택이 내려진 것은 아닐까?
영원한 젊음, 다함이 없는 열정, 은밀하게 찾아오는 쾌락,
미친 듯한 기쁨과 거침없는 죄악,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누려야 했다. 그리고 그의 불명예의 모든 짐은
초상화가 대신 짊어지고 가야 했다."
"아! 자만과 격정에 휩싸인 그 끔찍했던 순간에
그는 초상화가 세월의 짐을 지고 자신은 영원한 젊음의
순수한 광채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모든 그의 잘못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는 죄를 지을 때마다 확실하고 신속한 처벌이
뒤따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야 했다.
처벌 속에 정화가 있는 법. 인간이 정의로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우리의 죄를 용서하옵소서>가 아니라
<사악함에 물든 우리를 쳐죽여주옵소서>가 되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울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아 깨버렸다.
그가 간절한 기도로 그토록 원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은
가면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의 젊음은 조롱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1890년에 발표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도리언 그레이라는 한 인간이 아름다움과 쾌락을 좇다
자멸하는 이야기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젊음에 집착하는 것을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름진
얼굴에도 젊음과는 다른 원숙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無鑑於水 鑑於人 (무감어수 감어인)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는 뜻으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외모에 집착하지 말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라는
의미이다.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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